[오너가 문제다③] '국민 기업'에서 '국민 밉상'으로…카카오 김범수, 신뢰 회복 '안간힘'


카카오, 골목상권 침해·경영진 '먹튀' 등 누적된 논란
김범수 '시세조종' 혐의에 복귀…준법경영 속도낼까

국민기업 카카오가 창사이래 최대 위기에 휘말렸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출석하는 김범수 창업주. /남용희 기자

우리나라 대기업은 대부분 오너 일가가 직접 경영에 개입하는 '재벌 경영'을 하고 있다. 이는 최고경영자(CEO)가 하기 어려운 중대한 기업의 의사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굴곡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대기업들이 오너 경영의 긍정적 사례다. 하지만 오너가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거나 퇴행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오너 리스크'가 있는 기업을 차례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최문정 기자] '국민 기업'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놓였다. 앞서 몇 해 동안 본업인 IT·메신저 서비스 외에도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고, 대표이사 내정자의 '먹튀' 논란과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주요 서비스 먹통사태 등 굵직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결정적으로 올해 초 사업 다각화를 위해 추진한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에 고위 경영진이 모두 휘말리며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러한 카카오의 위기의 중심에 창업자 김범수(57)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있다.

김범수 창업자는 자타공인 국내 IT 산업의 산증인으로 평가받는다. 1966년생인 그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이후 삼성SDS(당시 삼성데이타시스템)에 입사했다. 이후 입사 6년 만인 1998년 직장을 그만두고 '한게임 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하며 사업가로 탈바꿈했다. 이후 김 창업자는 한게임과 NHN(현재 네이버)의 합병을 성사시켰다. 2008년에는 카카오톡의 전신인 '아이위랩'을 창업했고, 2010년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태동하는 모바일 시대에 맞춰 카카오톡을 출시했다.

카카오는 지난 10년 동안 벤처기업에서 대기업으로 급격히 성장해 왔다. 실제로 2010년 매출 3400만 원에 불과하던 카카오는 지난해 연매출 7조1071억 원을 찍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3일 수수료 체계 개편을 위해 택시단체와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했다. /더팩트 DB

그러나 카카오는 지난 몇 년간 소상공인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 문어발식 경영확대라는 비판 역시 마주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택시 배차 과정에서의 '콜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미들마일 물류 신사업인 '트러커'는 중소업체 화물맨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서울시 마포구에서 비상경영민생회의를 주재하며 "카카오택시의 횡포는 부도덕하며, 반드시 제재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뒤늦게 택시 4단체와 간담회를 열고, 수수료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화물맨 등과 함께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도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서버를 대량으로 맡겨 운영하던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카카오톡을 비롯한 주요 서비스가 일제히 '먹통'되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논란 역시 연이어 발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21년 12월 발생한 류영준 카카오 대표내정자(당시 카카오페이 대표)의 시세차익 논란이다. 당시 류 전 대표는 카카오페이 상장 약 한 달 만에 경영진과 함께 스톡옵션으로 받은 자사 주식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를 통해 그는 약 469억 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후 논란을 일으켰던 류 전 대표는 카카오 대표 내정자에서 자진사퇴했다.

'류영준 사태'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남궁훈 전 대표 역시 스톡옵션 행사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8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카카오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남궁 전 대표는 올해 상반기 급여 2억5000만 원에 스톡옵션 행사 이익 94억8300만 원 등을 합쳐 총 96억8300만 원을 급여로 수령했다. 남궁 전 대표는 취임 당시 "스톡옵션을 (주당) 15만 원 아래에서 행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내걸었지만, 회사 주가가 약 5만 원 대일 때 이를 행사해 큰 이익을 남긴 것이 알려지며 비판을 받았다.

지난 9월에는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법인카드로 1억 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구매한 것이 알려지면서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현재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카카오의 주요 경영진이 지난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경쟁사인 하이브를 견제할 목적으로 시세 조종에 관여했다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또한 카카오가 SM엔터 주식의 5% 이상을 보유하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아 '대량 보유 보고' 규정을 어겼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19일 SM엔터 인수를 진두지휘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됐다. 김범수 창업자 역시 지난달 23일 금융감독원에 출석해 16시간 가까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김 창업자는 지난 15일 검찰에 송치됐고, 지난 22일에는 카카오 그룹의 일부 사무실 등이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연이은 카카오 위기의 중심에 김범수 창업자의 리더십이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 창업자는 '100명의 전문경영인(CEO) 양성'을 목표로 각 계열사의 자율경영을 지원했지만, 사업 진출에 있어 명확한 지침이 부재한 상황 속에서 무리하게 골목상권 사업에 진출하는 문제를 야기하면서도 명확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었다는 지적이다.

가장 먼저 논란이 됐던 '문어발식 경영' 논란이 대표적이다. 김범수 창업자는 2021년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골목상권 침해와 문어발식 사업 확장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당시 김범수 창업자는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에는 절대로 진출하지 않겠다"며 "만약 그런 부분이 조금 관여돼 있다면 반드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카카오는 지난해 연말까지 30~40개의 계열사를 줄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8월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 숫자는 총 144개다. 카카오는 김범수 창업자의 발언 당시 138개의 계열사를 뒀지만, 올해 2월까지 126개로 이를 줄여나갔다. 그러나 2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계열사 숫자는 증가세로 돌아섰다.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해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톡을 비롯한 주요 서비스 '먹통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김 창업자가 지난해 3월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서비스 장애로 인해 1년 만에 또다시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범수 창업자는 "창업자로서 지금 사태(카카오 서비스 장애)를 엄중히 인식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할 것"이라면서도 "전문 경영인이 저보다 훨씬 더 역량이 있기 때문에 제가 (복귀)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카카오의 최고위 경영진은 김범수 창업자의 주변인이 연이어 임명됐다. 역대 카카오의 대표나 대표 내정자를 살펴보면, 남궁훈, 류영준, 여민수, 이석우, 임지훈, 조수용, 홍은택 등 김 창업자와 이전부터 친분이 깊은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전적으로 일임한다"는 변명이 무색해지는 지점이다.

한 준법감시업계 관계자는 "고위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한 일탈 사건은 한 건만 발생해도 기업 가치와 신뢰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며 "카카오의 경우, 비슷한 사건이 여러 건 발생한 만큼 투자자들의 피로도와 불신이 상당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지침과 책임있는 리더십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 1기 회의에 김용진 위원(왼쪽부터), 이영주 위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장, 안수현 위원, 이지운 위원, 김정호 위원 등이 참석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유병준 준신위 위원은 화상회의로 이날 모임에 참석했다.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는 뒤늦게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사실상 경영에 복귀하며 신뢰 회복에 나서고 있다. 김 창업자는 카카오 주요 경영진 20여명과 '경영쇄신위원회'를 꾸리고, 위원장을 맡아 공동체 전체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한다는 구상이다. 경영쇄신위는 매주 월요일 새벽 김 창업자의 주재로 모여 각 계열사의 준법 경영 현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 6일 경영쇄신위 첫 회의에서 "지금까지 각 공동체의 자율과 책임경영을 위해 권한을 존중해 왔지만,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창업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 위기 극복을 위해 앞장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발로 뛰며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카카오와 관계사의 준법·윤리 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이하 준신위)를 설치했다. 위원회는 카카오 외부 독립기관으로 운영되며,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삼고, 김용진 착한경영연구소 소장(프리챌 공동창업자),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한국은행법학회장), 이영주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장(전 사법연수원 부원장), 이지운 서울신문 전략기획실장(전 편집국장), 김정호 카카오 경영지원총괄,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전 한국벤처창업학회장) 등이 참여한다.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 23일 위원회와 회동을 갖고 카카오의 쇄신을 위한 준법 경영 방향 등을 논의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카카오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속도를 중요시하며 빠른 성장을 추구해 왔으나, 그 과정에서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추는 게 미흡했던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자 준법과 신뢰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IT업계는 현재 카카오 준신위의 권고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 준신위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관계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각 사의 이사회 결의를 거친 후 빠른 시일 내에 공식적인 위원회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 창업자가 직접 준신위에 힘을 실어준 만큼 관련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카카오의 신사업 추진 방식이나, 인사 등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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