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최지혜 기자] 롯데건설이 하급자에게 신체 및 언어폭력을 가한 상급자 2명에게 가장 낮은 수위 징계인 '경고'만 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더팩트> 취재 결과 롯데건설 인사위원회는 지난 21일 하급자 A 씨 뺨을 때려 폭행한 혐의를 받는 과장 B 씨와 "부모님 돌아가셨냐?"고 폭언한 과장 C 씨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A 씨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께 전체 회식 자리에서 B 씨로부터 왼쪽 뺨을 한 차례 세게 맞았다. 당시 자리에 함께했던 A 씨 동료는 "전체 회식 당시 A 씨가 B 과장으로부터 왼쪽 뺨을 한 차례 폭행당한 것을 목격한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다만 B 과장은 인사위 조사 과정에서 "기억이 안 난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인사위는 "신고인과 피신고인 및 참고인들 간 진술이 엇갈리고 사실관계를 합리적으로 추단할 수 있는 객관적 물증이 없다"며 "다만 피신고인이 본 사건 행위로 팀 내 물의를 일으키고 직장 질서를 혼란케 한 책임이 있다"고 당시 상황을 처리했다.
A 씨를 향한 직장 내 괴롭힘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A 씨는 지난 6월 30일 상사인 또다른 과장 C 씨로부터 "부모님 돌아가셨냐?"는 폭언을 들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던 A 씨가 점심을 먹지 않겠다고 말하는 과정에서 C 씨로부터 들은 폭언이다. 이에 A 씨가 "그런 건 아니다. 속이 안 좋아서 그렇다"고 하자, C 씨는 "씨, 지X하고 있네. 속이 안 좋기는"이라고 욕설했다.
C 씨의 폭언은 A 씨의 입사 이후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A 씨와 함께 근무했던 복수의 동료들은 "A 씨가 상사인 C 씨로부터 지속적인 폭언과 욕설을 듣는 상황을 수차례 목격한 바 있다"고 진술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A 씨는 결국 휴직했다. 최소 6개월 간 정신과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병원 진단도 받았다. A 씨는 "어렵고 힘들게 입사한 회사를 떠나게 됐다. 바보처럼 이게 사회생활인 줄 알았다"며 "제가 있었던 2년 동안 팀에서 불화 혹은 여러 문제로 나간 5~6명을 대신해 나선다는 정의감이 아니라, 그저 제 억울함을 밝히고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객관적 증거, 목격자 진술, 정황 판단을 근거로 징계를 내린 것"이라며 "추가적이고 객관적인 증거 나올시 재 처분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변호사는 "직장내 괴롭힘 행위에 대해, 각 행위자를 직접적으로 제재하는 근로기준법상 규정은 없기 때문에 B 씨의 행위가 폭행죄에, C씨의 폭언이 모욕죄 등에 해당하는지를 형법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B 씨의 폭행행위의 경우 B 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목격자의 진술 등을 통해 폭행사실이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