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 속 배터리 3사 돌파구는?


LFP와 차세대 제조 공정 개발로 가격 혁신 경쟁 박차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의 가격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더팩트 DB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가격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소비자들은 가성비 전기차를 원하고 있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전기차 제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낮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외 배터리 기업들은 LFP(리튬·인산·철) 등 보급형 배터리 양산과 차세대 공정 기술 도입으로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리서치업체 모터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1~10월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 증가했다. 이는 완성차 판매 증가율(12.5%)보다 높지만, 전년도 성장률(69%)에 비해선 둔화한 것이다. 폭스바겐그룹의 대규모 인력 감축 및 전기차 생산 계획 축소, 테슬라·포드·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투자 계획 연기나 취소도 이런 흐름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연장선에서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시장의 치열한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LFP 배터리 채택을 확대해 전기차 진입 가격을 낮출 계획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배터리 3사도 2026년 양산을 목표로 LFP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다만 한국 업체들이 중국 업체들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기차 제조원가의 40% 차지하는 배터리 셀·팩 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완성차 제조사, 배터리 셀, 소재 업체들의 지속적인 연구개발(R&D)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과 국내 배터리 3사의 연구개발 비용 격차는 더 벌어졌다. CATL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149억 위안(약 2조6700억 원)을 R&D에 투자했다. 이는 삼성SDI(8364억 원)·LG에너지솔루션(7304억 원)·SK온(2207억 원)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R&D 비용을 합친 것보다 9000억 원가량 많은 수준이다.

차세대 배터리 확보와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R&D 투자가 CATL에 밀린다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CATL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게 하는 대목이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이 국내 배터리 3사의 연구개발비 총합보다 더 많은 금액을 R&D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ATL 제공

가성비를 갖춘 배터리 성능 개발과 함께 제조 비용을 낮추기 위한 공정 개발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현재 모든 배터리 셀 업체들이 사용 중인 '습식 공정'에서 양극재·음극재 박막 코팅과 건조 공정은 전체 제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하며, 12시간 이상 열처리 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가장 높은 전력량(전체의 약 47%)을 소비해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양극재의 활물질을 녹일 때 사용하는 용매인 NMP의 끓는점이 202℃로 높기 때문이다.

반면 '건식 전극 공정'은 용매를 휘발시키는 공정이 필요 없기 때문에 공정 간소화에 따른 비용 절감 및 생산 시간 단축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기존 습식 공정과 유사한 수준의 배터리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건식 전극 코팅 기술과 양극재·음극재 박막 특성 구현 여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미국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4680 배터리 셀을 자체 생산 중인 테슬라는 이미 음극에 건식 공정을 적용 중이다. 테슬라의 자체 4680 배터리가 양산 초기에는 기존 2170 배터리 대비 에너지밀도가 낮았던 것도 건식 공정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측되지만, 현재는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극은 롤프레스 압착 과정에서 균열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단결정 양극재 기술이 뒷받침 돼야 건식 공정이 가능한데, 이를 위해선 탄소계 물질인 CNT, 그래핀 등으로 활물질을 코팅하거나 도전재로 활용하려는 연구개발이 완료되어야 한다. 이를 활발히 진행 중인 테슬라는 양극까지 건식 공정이 적용 가능한 시점에 공격적인 증설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수년간 많은 배터리 셀, 소재 업체들이 주로 에너지밀도, 충전 속도, 수명, 안정성, 저온 특성 등 배터리 성능을 개선시키기 위한 R&D가 중심이었다면 향후에는 배터리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소재 및 공정 개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sense83@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