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금융권에서 각종 횡령 등 내부통제 미흡 사고가 잇따르자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에 속도가 붙은 가운데 금융권이 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중대 금융사고에 대해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날 법안소위를 열고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대신해 정무위원장 대안을 의결했다. 이날 논의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2개 안으로, 정무위는 해당 법안들을 병합해 정무위원장 대안으로 전체회의에 올리기로 했다.
현행 지배구조법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준수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만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 범위는 불명확하게 규정해 놓고 있어 제재 근거가 충분치 않았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에서 대규모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현행 내부통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윤한홍 의원의 개정안은 사실상 정부안으로 금융위원회가 지난 6월 발표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담았다. 개정안은 △이사회내 소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 신설 △금융회사 임원의 내부통제 관리 의무 부여 및 대표이사 등에 대한 내부통제 최종 책임자 의무 부여 △내부통제 관련 책무를 임원에게 배분한 '책무구조도' 마련 및 금융위 제출의무 도입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시 제재조치 및 감면 근거 마련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김한규 의원의 개정안은 △CEO의 내부통제 관리의무 부여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독 의무 부여 △업무영역별 금융사고 예방 책임자 운영 △내부통제 위반시 제재조치 및 감면 근거 마련 등의 내용을 담았다.
두 의원 모두 CEO에게 임직원의 내부통제 '준수' 여부에 대한 점검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내부통제 최종 책임자가 CEO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근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르면서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가 필요하다는데 여야 이견이 없는 만큼 소위 통과를 계기로 지배구조법 개정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면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며, 이르면 내년 시행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CEO 등 경영진까지 중징계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CEO 제재는 과도하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스템적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등에 조치도 필요하겠지만, 아무리 열심히 내부통제를 강화해도 개인의 일탈 등으로 사고가 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경영진에게 묻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의문은 든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은 '책무구조도' 도입과 관련 어느 정도 준비는 마쳤다는 입장이다.
앞선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도입에 따라 업무진행과정이 보다 엄격해져 영업력이 저하될 우려도 있다"면서도 "다만 법 개정 취지가 금융사고 예방에 있는 만큼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빠르게 '책무구조도' 도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TF를 꾸려 이에 대한 논의를 마쳤다"며 "도입을 위한 준비는 마무리 수순이 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