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올해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 해외에서 수주 보따리를 크게 챙겼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계약하면서 지난해보다 수주액이 크게 늘었다. 불과 1억 달러의 격차로 1·2위를 다투고 있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모두 올해 들어 50억 원대 수주고를 올렸다. 특히 현대건설은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이 계약한 물량을 합하면 수주액이 총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21일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OCIS)를 보면 현대건설은 올해 1~10월 해외에서 56억7600만 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다. 이는 개별 업체 기준 삼성물산 건설부분에 이은 2위다. 같은 기간 현대엔지니어링도 47억4728만 달러의 수주액을 기록하며 업계 3위에 안착했다.
삼성물산이 1위를 유지 중이지만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2위와 3위를 쓸어가면서 올해 수주한 프로젝트 발 매출 규모 총액은 현대건설 측이 우세할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의 자회사로, 회사의 실적이 현대건설 연결기준 실적에 포함된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양사는 지난해 1~10월 각각 25억1641만 달러, 25억5014만 달러의 수주액을 기록해 총 50억 달러가량의 프로젝트를 따냈다. 올해 양사의 해외수주 총액은 이보다 두배 많은 104억2328만 달러 규모다. 이는 원화로 약 13조4179억 원에 달한다.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의 석유화학단지 공사를 수주했다. 수주액은 50억 달러로, 한화 약 6조5000억 원에 해당한다. 이는 한국 기업이 사우디에서 수주한 사업 중 최대 규모이자 역대 7위에 해당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어 8월에는 사우디 중부 전력청(SEC-COA)이 발주한 사우디 네옴-얀부 525㎸ 초고압직류송전선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수주액은 1억4500만 달러 수준이다. 사업은 사우디 서부 해안의 전력 생산거점인 얀부 지역에서 네옴 신도시까지 총 605㎞ 구간에 전선로를 구축하는 것으로, 현대건설은 이 중 207㎞의 송전선로와 송전탑 450여 개를 짓는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은 해외건설 수주액 57억7969만 달러를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21년부터 3년 연속 해외수주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2위인 현대건설과의 격차가 불과 1억 달러로 좁아 개별 업체 기준 해외건설 '수주킹' 1위 교체 여부에도 눈길이 쏠린다.
삼성물산은 올해 6월 대만 현지 대형 금융그룹인 푸본금융그룹 자회사 푸본생명보험이 발주한 푸본 아오지디 복합 개발 공사를 수주했다. 총 1조 원 규모의 공사비 중 삼성물산 지분은 약 7500억 원이다. 이외에 삼성전자의 미국 테일러 반도체공장 추가 공사도 수주하면서 수주액이 크게 뛰었다.
다만 수주액이 크게 늘면서 무분별 수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각종 변수가 많은 해외 사업장의 수익성도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고환율 기조에 따라 해외매출 외화벌이를 통한 환차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지역 발주처들은 풍부한 오일머니로 글로벌 인재 영입으로 사업 역량을 갖추고 있어 건설사가 마진을 챙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조달 원가가 오른 점도 가장 큰 사업 위험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어 무분별 수주 시 향후 손실을 볼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또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달러수입에 따른 환차수익이 건설사 영업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수주에 열을 올리는 건설사들은 원자재 절감 기술과 선별수주로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전략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지 조달 여건과 사업성을 고려해 수익이 나는 사업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사업을 통한 기존 국내 주택사업 위주의 포트폴리오 다각화 효과도 기대된다"며 "현장 효율화와 신자재, 신공법 등을 활용해 건설원가 절감에도 힘쓰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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