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 KB국민은행장 '2+1' 임기 채울 수 있을까


이재근 행장, 올해 말 임기 만료
경영 성적표만 보면 무난한 '연임' 전망…양종희 결단은 '변수'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되는 가운데 업계의 시선이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KB금융지주가 새 수장을 맞이하는 가운데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거취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행장이 '리딩뱅크' 탈환에 성공하는 등 경영 능력을 입증한 만큼 연임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들린다. 다만, 상당수 금융지주가 회장 교체 이후, 친정체제 구축을 위해 은행장을 교체한 점은 변수로 꼽히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임기는 12월 31일 만료된다. 이 행장의 연임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KB금융지주가 새로운 수장인 양종희 회장을 맞이한 뒤 맞는 첫 계열사 CEO 인사이기 때문이다.

KB금융은 통상 12월 중순께 '계열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를 열고 인사를 단행했다. 업계는 올해 역시 그쯤 인사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종희 체제 속 첫 계열사 CEO 인사 중 업계의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단연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다.

◆ '리딩뱅크' 탈환 등 경영 성적표는 '합격점'

업계는 이 행장의 '경영 능력'만 놓고 보면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 2022년 1월 취임한 이재근 행장은 KB국민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 행장의 임기 첫 해 KB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7283억 원으로, 2021년(2조5380억 원)보다 7.5% 상승했다.

올해에도 호실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지난 3분기 기준 KB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9969억 원으로, 5대 시중은행 중 최고치를 기록하며 '리딩뱅크'를 탈환했다. 누적 기준으로도 2조8554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규모다. 이러한 흐름대로라면 올해 연간 순이익은 3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비이자이익인 순수수료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올해 3분기 KB국민은행 누적 수수료이익은 2조766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2% 증가했다. '이자 장사' 논란 속 상당수 은행들이 비이자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를 입증했다는 평가다.

KB금융의 '아픈손가락'으로 꼽히던 'KB부코핀은행'의 정상화도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 만년 적자에 시달렸던 인도네시아 법인 KB부코핀은행은 올해 상반기 5년 만에 사상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KB부코핀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4억2900만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743억8300만 원 적자)보다 828억1200만 원의 이익을 올렸다. 이는 KB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을 인수한 지 6년 만의 첫 흑자전환이다. 올해 3분기에는 957억5300만 원의 당기순손실, 지배기업지분 순손익 637억7300만 원을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 보다 적자폭이 감소하는 등 경영정상화를 착실히 진행 중이다.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 온 '디지털 전환'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 앱 스타뱅킹 월이용자수(MAU)는 9월 말 기준 1162만 명으로, 지난해 9월(871만 명)보다 300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KB금융이 통상 계열사 CEO에게 큰 악재가 없는 한 '2+1'의 임기를 부여해 왔다는 점도 이재근 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 추를 달고 있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수장이 교체될 경우, 자칫 양종희 회장 체제의 시작부터 안정감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이를 뒷받침하는 요소 중 하나로 거론된다. KB금융의 새로운 수장이 '은행장' 경험이 없는 만큼 취임 첫해에는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다.

2022년 1월 취임한 이재근 행장은 KB국민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KB국민은행 신관 /국민은행

◆ 타 금융지주 회장 선임 후 은행장 교체 추세는 '변수'

다만 KB금융이 9년 만에 수장을 교체한 점은 변수로 꼽힌다. 은행이 지주사의 핵심 계열사인 만큼 양종희 회장 내정자와 합을 잘 맞출 수 있는 '양종희의 복심'을 앉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회장이 바뀐 다른 금융지주의 경우 모두 은행장을 교체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함영주 회장 취임 이후 첫인사에서 박성호 당시 하나은행장(현 하나금융 부회장)이 물러나고 이승열 현 행장이 취임했다. 우리금융 역시 임종룡 취임 전후로 당시 이원덕 행장이 임기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진 사임 의사를 밝혔으며, 현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행장직에 올랐다.

신한금융의 경우 올해 초 인사에서 정상혁 행장이 취임했지만, 이는 진옥동 당시 은행장이 회장으로 선임된 데 따른 인사여서 결이 다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에 큰 변화가 있는 만큼 최대 계열사인 은행에서는 '안정'을 꾀하려 할 것이란 시각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양 회장 내정자가 은행장 경험이 없는 점은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야 나와봐야 아는 것이지만 (이재근 행장의) 경영 성적표도 좋은 만큼 과감한 변화를 택할 가능성은 작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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