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출석' 이재용 없이 열린 호암 추도식…사장단만 선영 참배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36주기 추도식 개최
재판 일정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불참
CJ·한솔·신세계 사장단 선영 찾아 참배

17일 오후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열린 고 이병철 창업회장 36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CJ그룹 사장단이 참배한 뒤 이동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용인=이성락 기자]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36주기 추도식이 17일 오후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열렸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재판 일정으로 추도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의 기일은 오는 19일이다. 일요일이어서 추도식을 평일인 이날로 앞당겼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예년과 같이 차분했다.

그러나 이재용 회장,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 오너 일가의 모습을 찾아볼 순 없었다. 가족들은 통상 추도식 당일 오전 중 선영을 찾았지만, 이날 이재용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1심 결심 공판에 참석하는 탓에 방문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 사장단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재판 일정으로 창업회장 36주기 추도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재용 회장이 이날 오전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서예원 기자

그간 이재용 회장은 재판, 해외 출장 등을 제외하면 매년 추도식에 참석해 이병철 창업회장의 '사업보국' 창업 정신을 강조해 왔다. 사업보국은 기업을 통해 국가와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뜻이다. 지난 2020년 33주기 때는 선영 인근에 있는 삼성인력개발원 호암관에서 사장단과 오찬을 가진 뒤 "늘 기업은 국민 경제에 도움이 돼야 한다. 사회에 희망을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던 선대회장님의 사업보국 창업 이념을 계승 발전시키자"고 말했다.

재판으로 인해 할아버지를 추모하고, 선대회장의 경영 유산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지 못한 셈이다. 이날 이재용 회장은 법원에 도착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검찰은 재판에서 이재용 회장에게 징역 5년,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이재용 회장 등 가족들은 주말에 선영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일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추도식은 CJ그룹, 신세계그룹, 한솔그룹 등 범삼성 계열 그룹의 사장단을 중심으로 치러졌다. 먼저 김홍기 대표 등 CJ그룹 사장단 30여 명은 오후 1시 30분쯤 도착해 약 30분간 머문 뒤 자리를 떠났다.

CJ그룹 사장단의 차량이 호암미술관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장윤석 기자

이병철 창업회장의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들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 등과 함께 18일이나 19일에 선영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현 회장은 기일에 맞춰 제사도 지낼 전망이다.

한솔그룹 사장단은 오후 3시쯤 선영에 도착했고, 신세계그룹 사장단은 오후 4시쯤 방문할 예정이다.

범삼성 계열 그룹은 과거 이병철 창업회장 추도식을 함께 준비했다. 그러나 삼성과 CJ의 상속 분쟁 이후인 2012년부터 시간대를 달리해 따로 선영을 찾고 있다.

한편 이병철 창업회장은 1938년 대구에서 삼성그룹 모태인 삼성상회를 설립했다. 과일, 건어물 등을 중국과 만주에 수출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1948년 삼성물산공사를 설립해 무역업을 확대했다. 이병철 창업회장은 이후 제일제당(1953년), 제일모직(1954년), 삼성전자(1969년), 삼성중공업(1974년) 등을 창업해 국가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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