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미국 내 자산규모 3위 금융기관인 씨티그룹이 최소 10%의 인원 감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씨티은행에 미칠 파장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매체 CNBC 등은 최근 씨티그룹이 전 세계 직원 24만 명 중 최소 10%를 감원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씨티그룹의 감원과 관련한 공식적 계획은 내년 1월께 올해 4분기 실적과 함께 발표될 예정이다.
앞서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우리는 매우 재능 있고 열심히 일하는 일부 동료들과 작별 인사를 할 것"이라며 대대적인 구조 개편 추진을 예고한 바 있다.
씨티그룹의 경영난이 지속하면서 구조조정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021년 초 제인 프레이저 CEO가 취임한 이후에도 씨티그룹의 모든 주요 지표는 대부분 경쟁사보다 뒤처진 상태다. 씨티그룹의 장부가치 대비 주가순자산비율은 0.49로, 미국 은행업 평균의 절반 미만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JP모건 등과 같은 상위기업과 비교 시 3분의 1에 불과하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소매금융 사업을 철수하는 등 회사의 체질 개선에 힘썼지만, 경영난을 타개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씨티그룹이 10% 이상 인원 감축을 검토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대규모 감원을 통해 어려워진 매출 성장을 만회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는 한국씨티은행이 그룹 차원의 비용절감 전략에 포함될 지 주목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측은 이와 관련 "알 수 없다"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아예 영향이 없지는 않으리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만, 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을 철수하면서 인원이 자연스럽게 줄고 있어 비교적 영향은 적으리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021년 소매금융 부분 철수를 선언하고 2022년 2월 15일부터 모든 소비자금융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소매금융 철수로 한국씨티은행읜 직원 2100여 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승인했다. 이는 전체 직원 3500여 명 중 60%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아직까지 잔류 고객들이 있어 소매금융 관련 업무가 남아있어 600여 명을 계약직으로 재고용, 300여 명을 신규 채용했다.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에 따른 비용 감소는 한국씨티은행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씨티은행은 올해 3분기 74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규모다.
3분기 총수익은 277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이자수익은 소비자금융 부문의 대출자산 감소에도 순이자마진 개선으로 2.3% 증가했으며, 비이자수익은 외환·파생상품·유가증권 관련 수익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헤드쿼터(본부) 차원에서 그룹 전체적으로 감원한다고 한다고 봤을 때 지역 영업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선별적으로 영업이 안 되는 지역에서 더 줄일 가능성도 있다. 올해까지만 보면 한국씨티은행의 실적이 나쁘지 않아 구조조정을 비껴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5대 시중은행의 과점체제이기 때문에 외국계 은행에게 한국 시장은 그다지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며 "과거치까지 평가하고 앞으로의 상황까지 염두에 둔다고 하면 구조조정 차원에서 한국씨티은행을 더욱 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