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2% 올랐다. 전월 상승률(3.7%)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시장 전망치보다도 0.1%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10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올라 월가 시장 예상치인 3.3% 상승보다 0.1%포인트 낮았다.
미국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로 고점을 기록한 후 올해 6월 3.0%를 기록할 때까지 하락 기조를 이어왔다. 지난 7월 3.2%로 반등한 후 8월(3.7%), 9월(3.7%)까지 3%대 중반을 이어가며 물가가 재차 고개를 드는 듯했지만, 10월 다시 물가가 꺾이는 모양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0%, 전월 대비 0.2% 올랐다. 시장 예상치는 각각 4.1%, 0.3%였다.
10월 CPI 상승률이 둔화한 것은 휘발유와 중고차 등 가격이 하락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휘발유는 전월 대비 5.0% 떨어졌다. 전년동월 대비해서는 5.3% 하락했다. 중고차 가격도 전월 대비 0.8%, 전년 동월 대비 7.1% 내려갔다.
근원 CPI도 시장 예상치보다 소폭 하회하면서 오는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 인상 종료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근원 CPI는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에 연준이 보다 중시 여기는 지표다.
연준은 다음 달 12~13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를 갖는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3월부터 11회 인상을 통해 5.25~5.5%까지 상승한 상태다.
연준은 지난 1일 11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사실상 종료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물가 둔화 조짐이 확인되면서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는 현 수준을 유지, 동결 결정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CPI 발표 전 85.9%에서 발표 후 99.7%까지 올랐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내년이나 되어서야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모간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6월 시작되는 금리 인하로 2025년 말이면 2.375%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으며, 골드만삭스는 금리 인하 예상 시기를 내년 10~12월로 전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9일 "더욱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할 것"이라면서도 "몇 달간의 좋은 데이터에 현혹돼 정책을 잘못 펴지 않도록, 또한 과도하게 긴축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