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신한자산운용이 주관하는 혁신성장펀드 2차 출자사업과 관련해 절차가 불공정했다는 지적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들 사이에서 공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기회를 놓쳤다는 토로가 나오면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과거 '과정의 정당성'을 강조했던 점과 배치된다는 불만도 새어 나온다.
신한자산운용은 이달 8일 혁신성장펀드(성장지원펀드) 2차 출자사업 위탁운용사로 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와 VIG파트너스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IMM프라이빗에쿼티, VIG파트너스, SG프라이빗에쿼티 등 3곳이 혁신성장펀드 2차의 서류심사를 통과한 데 이어 SG프라이빗에쿼티만을 제외한 2곳이 승기를 쥔 것이다.
앞서 혁신성장펀드 2차에 서류를 제출한 곳은 해당 3곳이 전부였다. 펀딩난이 극심해 주요 연기금·공제회 출자사업에 수십 곳의 운용사들이 몰려드는 최근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지원자가 적었던 요인으로는 관리보수 조건이 하우스들이 기존에 출자 받았던 것 대비 불리하게 설정됐다는 점이 꼽힌다. 혁신성장펀드 2023년 2차 위탁운용사 선정계획 공고에 따르면 관리보수 조건은 △2년간 약정총액 및 투자잔액, 이후 투자잔액 기준 △2년간 약정총액, 이후 투자잔액 기준 두 가지 안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었다. 펀드 최종 결성규모에 구간별 관리보수율을 적용해 합산하는 구조다.
공고가 제시한 관리보수 수익률은 연 0.5~1.6% 범위다. 해당 관리보수 기준은 출자사업에 도전한 운용사들이 이미 출자확약서(LOC)를 받은 관리보수 기준보다 불리한 경우의 수를 포함했다. 이에 운용사들의 불만이 일었고, 신한자산운용 측은 재공고를 통해 관리보수 기준을 '기모집된 출자확약서(LOC) 등 대비 운용보수가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제안'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출자사업 재공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신한자산운용은 자사 및 산업은행 홈페이지 게시 외 다른 방식으로는 재공고를 안내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운용사들 사이에서는 "관리보수 기준이 바뀐 줄 알았다면 도전장을 내밀었을 것"이라는 식의 토로가 새어 나왔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750억 원 이상의 LOC 확보와 출자확약 금액에 따른 우대 등을 고려하면 소형 하우스가 도전하기는 해당사업에 뛰어들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관리보수 기준이 바뀐 것을 알았다면 더욱 적극적인 경쟁이 연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재정(700억 원)과 산업은행(100억 원)이 정책출자자로 나선 사업에서 신한자산운용이 더욱 적극적으로 경쟁구도를 구축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또한 이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주창해오던 '과정의 정당성'과는 다소 어긋나기도 한다.
진옥동 회장은 신한은행장 시절이던 지난 2020년 7월 '2020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에서 "과정의 정당성은 정의와 신의성실로 구성돼 있다. 진정한 성과와 정당성을 제도에 어떻게 반영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당시 진옥동 회장은 "올해 시행한 '같이성장 신(新)영업문화'에서는 KPI(핵심성과지표)의 변화뿐만 아니라 성과의 정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이행과정평가를 도입했고, 이 두 가지 평가의 방향성을 통해 새로운 영업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회장은 또한 '결과보다 중요한 과정의 가치'에 대해 임직원들과 논의할 만한 도서를 찾던 중, 일본의 상인 철학 창시자인 이시다 바이간의 사상을 다룬 모리타 켄지의 '정의로운 시장의 조건'을 번역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번역본 역자 서문 첫 문장으로 진 회장은 "도덕 없이는 시장도 없다"는 내용을 적었다.
다만, 신한자산운용 측은 "본래 진행되던 방식대로 한 것"이라며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자산운용 관계자는 "앞서 1차 위탁사 운용사 선정이 있었다. 당시 프로세스와 동일하게 당사와 산은 홈페이지에 공고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우스 사이에서는 수정된 공고에 대해 알려주지 않아서 기회를 놓쳤다는 뉘앙스긴 하다. 하지만 당사는 기신청한 곳에는 (관리보수 조건 변경에 대해) 모두 공지했다. 다른 곳에 알릴 필요성이나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