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이 모두 발표됐다. 미국발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지속적인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지주사별로는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어떤 계열사가 그룹 실적에 '효자 노릇'을 했는지, '아픈 손가락'은 어디인지 정리해 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이석준 회장이 이끄는 NH농협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누적 기준으로는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3분기만 놓고 보면 전분기 대비 절반 가까이 순익이 쪼그라들며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은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45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수치로, 누적 기준 최대 실적이다.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농협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 '꼴찌'를 기록했다. 지난 2분기까지만 해도 4위에 이름을 올렸으나 우리금융에 역전당한 것이다.
3분기 순익이 전분기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 컸다. 농협금융의 올해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배기업 소유지분 당기순이익은 3391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55.3% 감소했다.
특히 핵심 영업지표가 악화했다. 이자이익의 경우 전분기 대비 1.3% 감소한 2조1488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3분기 비이자이익은 1431억 원으로, 전분기와 비교해 72%나 쪼그라들었다. 비이자이익 중 유가증권운용이익(외환·파생 포함)이 630억 원으로, 전분기(3298억 원)보다 80.9% 감소한 영향이다.
◆ 3분기 '효자 계열사' 없어…은행 마저 뒷걸음
농협금융이 4위 타이틀을 놓친 것은 3분기 기준 모든 계열사의 순익이 후퇴했기 때문이다. '효자 노릇'을 한 계열사가 없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3분기 당기순이익이 3582억 원으로, 전분기(5749억 원)보다 37.7% 줄었다.
특히 건전성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 규모는 3분기 말 기준 1조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7%나 증가했다. 전체 대출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인 NPL비율도 0.34%로,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다. KB국민은행(0.26%), 신한은행(0.26%), 하나은행(0.23%), 우리은행(0.22%) 등 다른 시중은행의 경우 0.20%대를 유지 중이다. 통상적으로 NPL이 낮을수록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여신의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판단된다.
경기악화와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면서 차주들의 채무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그 결과 여신의 부실비율이 늘어나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연체율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농협은행의 3분기 말 연체율은 0.36%로, 전년 동기(0.2%) 보다 0.16%포인트 증가했다.
비은행 계열사 실적도 모두 뒷걸음질쳤다.
특히 보험 부문 계열사들이 적자 전환하며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은 각각 57억 원, 462억 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5%, 436%가 하락한 것이다.
완성도 높은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축을 담당했던 생명·손보 등이 지난 상반기까지 지주 실적에 힘을 실어줬지만, 3분기 불확실한 경기 속 미국 국채 채권 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손실과 장기보험 손익이 줄어들며 실적 하락을 면치 못한 것이다.
NH투자증권의 3분기 순익은 1008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44.8% 감소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누적 기준으로는 실적이 증가했다"면서도 "건전성 관리를 위한 충당금 적립과 유가증권운용이익 감소 등에 영향으로 실적이 다소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지속된 경기 둔화에 따른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금리 시나리오별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디지털·글로벌 등 각 사업부문별 점검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