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분양권 시장 '마피' 경고등…실거주 정책·고금리 '관건'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고분양가 이어져
안전마진 근접…"고금리 유지 땐 마피 가능성"

분양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서울 아파트 분양권 매매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정부가 실거주 의무 폐지 관련 논의를 미루고 있는데다, 부동산 시장 회복세보다 분양가 상승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분양·입주권) 시장 전망에 먹구름이 꼈다. 내년 주택가격 하락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실거주 의무 폐지 관련 법안도 국회를 표류하면서 거래가 줄고 가격이 떨어지는 양상이다. 내년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권이 거래되는 '마피'(마이너스프리미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부동산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서울 분양권 거래량은 33건으로 전월 거래량 57건의 60% 수준에 그쳤다. 서울 분양권 거래량은 하반기 들어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88건으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뒤 7월 76건, 8월 57건 등 3개월 연속 줄었다. 이달 말까지 거래 신고 기한이 남은 10월의 거래량은 이날 기준 12건이다.

거래 가격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보면 서울 강동구 '강동헤리티지 자이' 전용 84㎡의 분양권은 올해 6월 13억1000만 원에서 지난 9월 12억7000만 원으로 4000만 원 내렸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전용 84㎡ 입주권은 올해 4월 22억9615만 원에 중개거래됐는데, 지난달 23일에는 18억2354만 원으로 4억 원 이상 내렸다. 입주권은 일반분양이 아닌 조합원 분양을 통해 나온 분양권 물량이다.

분양 시장 전망도 어둡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전날 발표한 '11월 아파트분양 전망'을 보면 이달 전국 평균 아파트 분양 전망지수는 전월보다 13.4포인트 내린 70.4로 세 달 연속 하락세다.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분양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더 많다는 의미다.

수도권 상황도 다르지 않다. 수도권 분양 전망지수는 지난달 대비 10.2포인트 하락한 91.8로 조사됐다. 서울과 경기, 인천 모두 기준선 100을 하회했다. 서울은 지난달 100에서 이달 92.5, 경기는 102.6에서 97.2로, 인천은 103.6에서 85.7로 각각 내렸다. 서울은 올해 6월부터 줄곧 100 이상을 기록하며 '상승' 전망을 유지했으나 5개월 만에 '하락' 전망으로 돌아섰다.

분양시장 전망 악화는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부동산 투자가치 하락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주산연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 매매거래량이 감소하고 매매가격 상승폭이 줄면서 수도권 분양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는 모습"이라며 "수요자들의 아파트 가격 민감도가 커진 상황에서 주택 사업자들의 부담도 커져 당분간 분양사업 추진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수요자들의 분양가 부담도 가중하고 있다. 공사비 급등에 따라 분양가 상승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지난 9월 기준 전국 민간 아파트의 1㎡당 분양가는 전월 대비 0.27% 올라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서울의 경우 0.65% 상승해 평(3.3㎡)당 3200만 원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4.05% 오른 수준이다.

지역에 따라 아파트 분양권 마피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가 실거주 의무 폐지 논의를 미루고 있는데다,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동률 기자

불안정한 시장 분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의 실거주 폐지 법안 논의도 무소식이다. 실거주 규제는 분양권으로 차익을 얻으려는 투자 수요자들이 가장 눈여겨보는 제도다. 실거주 의무 기간이나 전매제한 기간에는 분양권 거래를 할 수 없다.

앞서 1월 정부는 실거주 의무가 신축 임대 공급을 위축시킨다는 부동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지난 2월 국회에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5월 관련 논의될 계획이었으나 실거주 의무 폐지가 전세사기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국회가 신중한 태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국토위는 오는 22일과 29일, 다음달 6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기로 합의하고 소위 상정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당초 지난 9월 20일 국토위 법안소위에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연기됐다.

이에 아파트 분양권 시장에 마피 거래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일부 안전마진에 근접한 가격에 분양권이 거래된 사례도 나온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라그란데' 전용 84㎡ 8층 분양권은 지난 9월 11억5188만 원에 팔렸다. 청약 당시 동일 면적 10층 이상의 일반공급 분양가는 10억9900만 원이었다. 발코니 확장비와 시스템에어컨 비용 약 1500만 원가량을 빼면 프리미엄(P)은 미미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내년 주택시장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지역에 따라 분양권 마피 매물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연내 이어진 고금리 기조가 고착화돼 장기간 이어진다면 투자 목적의 수분양자들의 안전 마진도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지 않아 분양자가 직접 입주하게 되면 분양권의 투자가치가 사라지게 되는 지역들이 있다"며 "투자수요가 유입되면서 서울보다 높은 분양가에도 흥행했던 경기권 지역, 강남권 대비 비교적 가격이 높은 강북지역 등의 경우 마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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