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바닥 찍은 엔화 지금 환전할까…엔저 현상 전망은


15년여 만에 860원대까지 떨어져
당분간 '엔테크' 인기 지속 전망

일본 엔화 가치가 15년여 만에 86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엔화 값이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뉴시스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일본 엔화 가치가 15년여 만에 86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환차익을 보기 위해 엔화 예금을 개설하는 이른바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는 추세다. 시장에서는 엔화 값이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여행이나 투자 목적으로 엔화를 사 모으려는 개인들도 늘어나면서 당분간 '엔테크' 인기도 지속될 전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 3일 기준 1조636억엔(9조226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월 말 1조85억엔(약 8조7480억 원)과 비교하면 3일만에 551억엔(4780억 원)이 불어난 셈이다.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 4월 5788억엔을 기록한 이후 7월 9380억 엔으로 늘어난 뒤 지난 10월 말 1조 엔을 넘겼다.

최근 금융 소비자들이 '엔테크'에 뛰어드는 이유는 원·엔 환율이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860원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금융소비자들은 사이에서 '쌀 때 사두자'는 수요가 늘어났다. 추후 엔화 가치가 반등하게 되면 환차익을 누릴 수 있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일본 여행을 가는 MZ세대 고객들이 늘면서 엔화 약세가 지속되자 미리 엔화를 사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날 원엔 환율은 100엔당 867.38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08년 1월 이후 15년9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이날 오후 2시 44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71.46원(하나은행 고시)을 기록 중이다.

일본은행(BOJ)이 '나 홀로 금융 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엔화 가치가 급락한 영향도 있다. 11월 미국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으나 일본은 2016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뒤 현재까지 연 -0.1%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전날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가 나고야에서 열린 비즈니스 리더 회의 연설에서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물가 목표 달성은 아직 충분한 확신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YCC 정책에서 완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며 비둘기파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반면 원화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종결에 대한 기대감과 수출 개선, 증시 호조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순매수가 몰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날 원·달러는 전 거래일보다 25.1원 내린 1297.3원에 마감하며 지난 8월1일 기록한 1283.8원 이후 3개월 만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엔화 값이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당분간 '엔테크' 인기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BOJ 회의에 대해 "BOJ 조치로 엔화 강세 시점이 내년으로 이연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엔·달러가 연말까지 147~152엔 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내년부터는 엔화에 힘이 실리면서 원·엔이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원·엔은 당분간 800원 후반에서 90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면서 "한국은행은 추가 긴축이 어려운 반면, BOJ는 긴축 여력이 있는 만큼 연말이나 내년 초 BOJ가 긴축에 나서면서 원·엔이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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