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한림 기자] 선물이 아닌 현물을 추종하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증시 데뷔를 눈앞에 두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운용사가 직접 투자 재원을 마련해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등이 겹쳐 그간 등장하지 못했다. 이에 비트코인 ETF가 실제 상장으로 이어질지부터 국내 출시 가능성 등 여러모로 주목받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가 미국 증권예탁결제원(DTCC)에 등재됐다.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는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상장을 추진하는 ETF 상품으로 비트코인 현물을 추종한다.
여기에 미국 블룸버그 등 외신은 블랙록 외에도 미국의 주요 운용사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 절차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첫 등장이 멀지 않았음이 관측된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ETF 기초자산인 비트코인을 운용사가 직접 사들여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선물 ETF와 다른 성격을 띤다. '프로셰어 비트코인 스트래테지'(BITO) 등 ETF와 레버리지나 하락에 베팅하는 '숏'(Short) 상품들이 비트코인을 추종하는 선물 관련 상품으로 지난 2021년부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 상장돼 있으나, 비트코인 가격을 예측해 선물 계약을 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이번 현물 ETF 출시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시장도 반기는 분위기다. 11월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6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2일 4800만 원을 돌파하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지난해 12월 2000만 원대에 거래되면서 연저점을 찍던 비트코인은 올해 3월부터 10월까지 3400만 원~3600만 원대로 횡보하다가 최근 상승세를 탔다. 전일 시장에서는 다소 주춤한 4650만 원대를 오갔으나 연저점 대비 2배 이상 뛴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의 급등 배경은 블랙록을 비롯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에 대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된다면 투자 시장 '큰 손'인 기관 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확대될 것이며, 이들의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인 비트코인으로 유입된다면 개인 중심의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시장도 강보합을 그리면서 중장기적인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비트코인 관련 ETF에 대한 국내 출시는 여전히 미지수일 것으로 관측된다. 운용사들도 미국의 비트코인 ETF 시장 관련을 주시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나 금융 당국의 제도적인 변화 등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금융 당국의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구체적이지 않고 제도나 인프라 측면에서도 갈 길이 멀다 보니 비트코인 대한 ETF 상장은 현물은 물론 선물도 아직 무리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소 상이한 가상자산 거래소별 비트코인 가격의 기준점 설정이나 공급자의 유동성 문제, 연금 투자 등 ETF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가상자산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분위기 등이 바뀐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