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 3세 경영 본격화…조성민·조연주 체제 전환 과제는?


조성민 부사장 초고속 승진…사실상 한솔그룹 후계자 낙점
한솔케미칼, 조연주 부회장 체제로 분리 운영…지분 늘려야

최근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장남 조성민(오른쪽 위 사진) 한솔제지 친환경사업 담당 상무가 지주사인 한솔홀딩스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모양새다. /더팩트 DB·뉴시스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범(汎)삼성가로 분류되는 한솔그룹의 오너 3세가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2024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장남 조성민(35) 한솔제지 친환경사업 담당 상무가 지주사인 한솔홀딩스 부사장(사업지원팀장)으로 승진했다. 앞서 한솔그룹의 또 다른 축인 한솔케미칼도 조동혁 회장의 장녀인 조연주(44)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3세 경영을 하고 있다.

한솔그룹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1991년 전주제지(현 한솔제지)를 분리·독립해 시작된 그룹이다. 1993년 삼성그룹에서 완전 분리됐을 때 이 고문의 나이가 60대 중반이었기 때문에 10년 만에 3남인 조동길 회장이 그룹 회장을 맡아 2세 경영을 해왔다. 조 회장이 그룹 경영을 이끈 지 20년이 지났고, 이제 한솔은 3세 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조 회장은 슬하에 1남 1녀를 뒀는데, 장녀인 조나영 씨는 한솔 경영에 참여한 적이 없다. 조 씨의 남편인 한경록(44) 한솔제지 부사장(인쇄·감열지 사업본부장)이 조성민 부사장보다 1년 먼저 지난해 핵심 계열사의 부사장으로 승진해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회사 주식을 갖고 있지 않고 지분 확대 움직임도 없어 경영권을 물려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 조성민, 실적 개선·지분 확대 과제

이에 따라 2016년 한솔그룹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으면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고 있는 조성민 부사장으로 승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조 부사장은 한솔 입사 전에는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키니코스 자산운용사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한솔 입사 7년 만에 지주사 부사장의 자리에 오른 조 부사장은 사업지원팀장으로 그룹의 주요 사업 발굴 및 지원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 부사장이 무난히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해선 크게 2가지 난제를 풀어야 한다. 먼저 부진한 그룹의 실적을 만회하는 경영 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솔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솔제지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1조6126억 원, 영업이익 374억 원, 당기순이익 2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6%, 69.6%, 96.4% 줄어든 실적이다. 한솔홀딩스도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액 2090억 원, 영업이익 34억 원, 당기순이익, 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7%, 73.0%, 81.2% 감소했다. 올해 한솔홀딩스와 한솔제지는 2015년 한솔제지가 인적분할된 이후 가장 부진한 실적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

이에 한솔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한솔홀딩스 대표 교체(이재희 →이명길)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조동길 회장이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CEO에게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교체하는 것으로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조 부사장이 실적 개선을 위한 능력을 발휘하면 그룹 안팎에서 3세 경영자로의 입지를 굳힐 수 있다.

한솔케미칼은 사실상 조연주(오른쪽 위 사진) 부회장 체제의 3세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한솔케미칼 본사 전경. /한솔케미칼 제공

오너 경영자가 가져야 할 필수 조건인 지분율 확대도 필요하다. 현재 조 부사장의 한솔홀딩스 지분율은 3.0%에 불과하다. 최대주주인 조 회장의 지분율은 17.23%다. 이를 물려받기 위해선 높은 증여세(50%)와 누나의 양해라는 허들까지 넘어야 한다. 이런 허들을 넘어 부친의 지분을 물려받는다고 해도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지분율은 아니기 때문에 추가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조 부사장은 급여와 배당 등을 통해 확보하는 자금으로 지분을 차츰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솔그룹은 공식적으로 3세 경영에 대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조 회장이 올해 68세의 나이로 아직 활발한 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고, 조 부사장의 나이도 젊은 만큼 지금 3세 경영을 논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 조연주, 비상장 자회자 지분 확대 주목

한솔그룹의 또 다른 축인 한솔케미칼은 보다 빠르게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고 있다. 조동길 회장의 형인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은 2015년 등기임원 직책을 내려놓았고, 장녀인 조연주 부회장이 등기임원으로 한솔케미칼과 계열사 경영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성적표도 좋은 편이다. 한솔케미칼의 실적은 조 부회장이 경영을 시작한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테이팩스 인수 등 인수합병(M&A)을 통한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이 통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는 만큼 승계 명분은 충분히 쌓았다.

다만 조 부회장도 지분율을 늘려야 하는 과제가 있다. 부친으로부터 차근차근 지분을 물려받고 있는 조 부회장의 현재 한솔케미칼 지분은 5.49%(신탁계약 주식 포함)로, 조 회장의 지분(7.40%) 전체를 물려받아도 12.89%에 불과하다. 국민연금공단이 10.95%를, 블랙록과 브이아이피자산운용이 각각 6.09%, 6.17%의 지분을 갖고 있어 이대로는 외부요인에 의해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가운데 조 부회장은 최근 사재로 한솔케미칼 지분 대신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늘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9월 20일 솔머티리얼즈 주식 5350주를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7%에서 8.05%로 늘렸다. 이날 한솔케미칼도 해당 주식 4만8150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63%에서 72.41%로 높였다.

한솔그룹 소유지분도. /공정위 제공

이와 함께 조 부회장은 HS머티리얼즈 지분 9.99%, 코스코페이퍼 지분 45.1%도 갖고 있다. 이 회사들은 모두 한솔케미칼 및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일정 부분의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한솔케미칼의 3일 기준 시가총액은 1조8148억 원으로 덩치가 너무 크기 때문에 지분을 늘리는 게 쉽지 않다. 이에 조 부회장은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높여 배당 및 상장(IPO)을 통한 현금 확보나, 이 회사들을 통한 우호 지분을 늘리는 용도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솔그룹은 △한솔홀딩스 △한솔제지 △한솔홈데코 △한솔테크닉스 △한솔로지스틱스 △한솔PNS △한솔인티큐브 △한솔아이원스 △한솔케미칼 △테이팩스 등 10개 상장사와 솔머티리얼즈·HS머티리얼즈·바이옥스·코스코페이퍼 등 15개 비상장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현황에서 한솔그룹은 자산 5조4560억 원으로 77위에 이름을 올렸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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