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효과' 기대했는데…면세업계, 체험형 매장으로 반전 노린다


상품 다양화·체험형 공간 마련 등 마케팅 강화

유커들의 달라진 소비 패턴에 국내 면세점 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이중삼 기자] 면세점업계가 '유커'(단체관광객·遊客)들의 달라진 소비 패턴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과거엔 쇼핑에만 집중했다면 최근엔 체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3개월 전만해도 유커가 돌아오면 실적에서 면세점업계가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미적지근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자체 캐릭터를 구축하거나 차별화된 공간을 마련하는 등 유커 모시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5일 한국면세점협회에 의하면 지난 9월 국내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 수는 63만8030명으로 지난해 동기(16만4700명) 대비 4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다시 물꼬를 튼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매출 오름세는 뜨뜻미지근하다. 9월 면세점 외국인 매출은 1조80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6527억 원) 대비 5722억 원 줄었다.

면세점 외국인 매출이 줄어든 이유는 유커 소비 패턴이 달라진 게 핵심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중국 유커 유입과 중소·소상공인 대응 전략' 보고서에 의하면 유커의 쇼핑 목적·인기 명소 중심 여행은 줄었지만 맛집 투어와 지역관광 등 체험 중심 여행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요약하면 예전엔 쇼핑이 주목적이었다면 이젠 체험으로 바뀐 것이다.

업계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공감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허용되면서 매출 회복을 기대했지만 아직 침체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유커들의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이들을 잡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 MZ세대(밀레니엄+Z)들 사이에서 면세점이 이젠 '필수 코스'가 아니라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홍대에서 만난 한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쇼핑도 한다. 그러나 한국 문화를 즐기는데 더 시간을 쏟는 것 같다"며 "SNS를 통해 한국 맛집도 많이 찾아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2일 자체 제적 캐릭터 폴과 바니를 공개했다. /신세계면세점

◆ 체험형 팝업 매장에 힘주는 국내 면세점업계

국내 주요 면세점 기업들은 체험형 팝업 매장을 오픈하거나 자체 캐릭터를 생산해 유커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먼저 신라면세점은 지난달 인천국제공항에 유명 위스키 브랜드 발베니의 체험형 팝업 매장을 열었다. 공항에서 이색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매장은 '위대한 여정의 이야기'라는 콘셉트로 발베니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운드스케이프를 통해 증류소의 다양한 현장음을 체험하며 발베니 증류소를 직접 찾은 것처럼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희귀한 발베니 상품과 함께 체험형 팝업 매장을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 문화와 경험을 즐길 수 있는 브랜드 발굴에 주력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2일 자체 제작 캐릭터 '폴과 바니'를 공개했다. 이들은 신세계면세점의 대표 캐릭터로 활동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신세계면세점은 캐릭터 바니가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와 협업해 이달 말까지 서울 중구 본점에서 팝업 매장을 연다고 밝혔다. 팝업 매장에는 오프화이트와의 콜라보 상품을 입은 대형 바니와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됐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오프화이트와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첫 선을 보인 폴과 바니는 신세계면세점의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아티스트와 뮤지션 캐릭터다"며 "앞으로도 고객들과 더 가까이 즐겁게 소통하기 위한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도 외국인 고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롯데면세점 제주점에서는 △잔망루피 △후아유 △체이싱레빗 △티니핑 등 MZ세대를 겨냥한 브랜드를 선보였다. 특히 제주점과 제주공항점을 연계한 할인행사와 이벤트를 열어 시너지를 창출하고 외국인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면세점업계가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중국 관광객 유치 패턴 변화 대응 △낮아지는 연령대 대응 △단체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전략 세분화 등을 3가지를 꼽았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단체 쇼핑 위주의 관광에서 소규모 테마 여행객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특히 면세점은 소규모 개별 관광객을 위한 면세 상품을 다양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또 연령이 낮아지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싹쓸이 구매를 기대하기보단 제품의 다양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구매 제품과 이벤트, 체험 행사도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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