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이 모두 발표됐다. 미국발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지속적인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지주사별로는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어떤 계열사가 그룹 실적에 '효자 노릇'을 했는지, '아픈 손가락'은 어디인지 정리해 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올해 3분기 역성장하며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보수적 충당금 적립과 일회성 비용이 실적 발목을 잡으며 올해 '리딩금융' 타이틀을 뺏어오지 못하고 있다. 비은행 부문의 성적이 전체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특히 신한투자증권의 적자 전환이 뼈아프다는 평가다. 증권 부문에서만 KB증권과의 실적 격차가 1300억 원가량 벌어지며 '리딩금융'과의 거리를 더욱 넓혔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3.7% 감소한 1조1921억 원이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3%가 감소한 3조8183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핵심이익인 이자이익은 기업 대출 중심의 자산 성장으로 전분기 대비 2.6% 증가한 2조7633억 원, 수수료이익은 같은 기간 9.7% 증가한 712억 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가져갔다.
신한금융의 실적 발목을 잡은 것은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이었다. 신한금융의 3분기 누적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73.4% 증가한 1조4773억 원이다.
여기에 일회성 비용도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신한은행의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 743억 원과 신한투자증권의 젠투파트너스·라임펀드 고객과의 사적 화해 비용 1200억 원 등이 '판매관리비'에 반영됐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취임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지난 상반기에 이어 아쉬운 성적표를 받게 됐다. 진 회장은 취임 후 '리딩금융' 타이틀을 뺏어오지 못하고 있다.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KB금융(4조3704억 원)과의 3분기 누적 순익 차이는 5521억 원까지 벌어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3분기 손익은 일회성 비용 인식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감소했다"면서도 "다만 핵심이익인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의 고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영업이익은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효자' 신한라이프, 신한카드 제치고 비은행 1위 오르나
신한금융지주의 실적을 방어한 '효자 계열사'는 신한라이프였다.
신한라이프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한 4276억 원이었다. 보험손익과 유가증권 관련 처분·평가손익 등 금융손익 개선 영향이다.
특히, 올해부터 적용되는 신회계제도(IFRS17)에 따라 측정된 신한라이프의 9월 말 기준 보험계약마진(CSM)은 7조2000억 원이며, K-ICS비율의 잠정치는 214%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신한라이프는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당기순이익 1위를 넘보고 있다.
그동안 그룹 비은행 계열사에서 당기순이익 1위를 지켜온 신한카드는 카드 업황 악화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는 중이다.
신한카드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2% 감소한 4691억 원을 기록했다.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조달·대손 비용이 늘어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판관비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신한카드의 경우 이익 기여도가 다른 금융지주 카드사보다 높은 편이어서 신한금융이 받는 피해도 비교적 컸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반적인 업계 불황 속에서 신한카드가 그룹 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그에 대한 영향도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한카드의 그룹 이익 기여도는 12.3%로, KB국민카드(6.2%), 우리카드(4.8%), 하나카드(4.3%) 등보다 높다.
다만 건전성은 개선돼 긍정적 신호를 보였다.
신한카드는 카드대출 영업을 줄이면서 건전성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한카드의 3분기 현금서비스(3조2842억 원)와 카드론(2조3788억 원)의 총 이용액은 전 분기 대비 1376억 원 감소했다. 이는 건전성 지표 개선으로 이어졌다. 9월 말 기준 신한카드의 연체율은 1.35%로, 6월 말 대비 0.08%포인트 낮아졌다.
신한투자증권도 실적이 급락하며 그룹 내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신한투자증권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23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8% 감소했다. 특히, 3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185억 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IB 관련 수수료 감소와 3분기 중 발생한 투자상품 관련 충당부채 적립 관련 영업외손실 영향에 기인했다.
전년 동기 대비 44.8% 증가한 122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던 2분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리딩금융'인 KB금융과의 격차가 벌어진 곳도 증권 부문이었다. KB증권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111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했다. KB증권도 환경적 요인에 의해 실적이 소폭 감소했지만, 신한투자증권의 감소폭이 두드러진 것이다. 증권 부문에서만 실적 격차가 1300억 원가량 벌어진 것이다.
문제는 4분기 실적 전망이 좋지 않는 점이다. 부동산 PF 리스크 지속과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 중동 전쟁 등 악재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증시 침체도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4분기 증권사들의 비시장성 자산 재형가로 해외 부동산 관련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며 "10월부터 금리 변동성이 상당히 높아져 트레이딩 수익도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신한카드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 속 조달 금리가 올라가며 비용이 늘고, 불안한 경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다 보니 일시적으로 실적에 영향이 있었다"며 "다른 계열사에 뒤처지지 않도록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금리 상승 등에 따른 자기매매손익 감소 영향과 함께 투자상품 관련 충당 부채 적립 등 일회성 요인으로 인해 실적이 감소했다"며 "일회성 요인이 제거되면 실적은 개선되리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