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상수 씨가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 수석으로 입사했다. 두산가(家) 장손인 박상수 수석은 장기적으로 그룹 경영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과 행보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다른 기업들의 사례를 고려했을 때 경영 수업을 받으며 신사업 영역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움직임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2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정원 회장의 장남 박상수 수석은 지난 9월 ㈜두산 지주 부문 CSO(Chief Strategy Officer) 신사업전략팀에 입사했다. 합류 시점이 뒤늦게 알려진 것으로, 현재 두산 생활의 3개월 차를 맞고 있다. '수석'이라는 직급은 과장, 차장, 부장을 간소화한 것이다.
1994년생인 박상수 수석은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20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 올해 3월까지 리서치센터에서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졸업 후 바로 두산그룹에 합류하지 않은 건 외부 경험을 쌓기 위함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전부터 두산은 졸업 후 다른 회사에서 일한 뒤 두산에 합류하도록 하는 전통이 있다"며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박상수 수석의 ㈜두산 지분율은 0.8% 수준이다. 두산가 5세 중에서는 가장 높다. 구자열 전 LS그룹 회장의 장남 구동휘 LS일렉트릭 대표이사 부사장과 결혼해 두산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누나 박상민 씨는 0.1% 정도 보유하고 있다. 아버지 박정원 회장은 7.6%의 지분율로 개인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당장 두산그룹 내부 지형이 변화하지 않겠으나, 두산가 장손이 그룹에 합류했다는 것만으로도 재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시간이 갈수록 박상수 수석의 그룹 내 존재감이 커질 것이라는 점은 기정사실화된 부분이다.
박상수 수석이 합류한 지주 부문 CSO는 그룹 전반의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고, 신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박상수 수석은 신사업전략팀 소속으로 신사업 발굴 등의 업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오너 일가가 그룹에 합류한 최근 사례를 보면, 대부분 신사업을 중심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장남 구형모 LX MDI 부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박정원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도전적인 자세를 당부하며 비즈니스 모델 발굴, 새로운 시장 진출 등 도약의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재계는 이러한 작업에 박상수 수석이 힘을 보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영역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반도체도 박정원 회장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지목한 사업이다. 공교롭게도 박상수 수석과 호흡을 맞출 CSO 신사업전략팀의 수장인 김도원 사장은 지난해 인수한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도 함께 이끌고 있다.
두산그룹은 박상수 수석의 역할에 대해 "아직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역할이 정해지기엔 이르다"며 "신사업 발굴을 포함해 그룹 미래와 관련한 업무가 중심이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밝혔다.
두산 오너 5세가 경영에 참여한 건 박상수 수석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겸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의 장남 박상우 씨가 ㈜두산의 수소 분야 자회사인 하이엑시엄에 입사해 파트장 직책을 맡았다.
박상수 수석과 동갑인 박상우 파트장은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과를 졸업, 2018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하다 하이엑시엄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이엑시엄에서는 사업개발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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