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전자 업계의 실적 발표 시즌이 마무리됐다. 업계에서는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시장 위축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웃을 수 있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미를 더할 수 있는 대목은 4분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회사의 자체적인 예상뿐만 아니라 시장의 전망도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다.
1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확정 실적을 발표했다. 올해 3분기에 대한 사업부별 실적 수치를 공개한 것으로, 결과는 매출 67조4047억 원, 영업이익 2조4336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2%, 77.6% 감소했으나, 1조 원대 후반의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은 깜짝 실적이다. 올해 상반기 영업 실적과 비교하더라도 개선된 흐름이 뚜렷하다. 삼성전자가 조 단위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한 건 올해 처음이다. 2분기 영업이익은 6685억 원이었다.
이로써 전자 업계 실적 시즌은 긍정적으로 마무리됐다. 당초 불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전자 업계 역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선방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앞서 지난달 27일 사업부문별 확정 실적을 발표한 LG전자도 크게 웃었다. LG전자는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과 성장 동력인 전장을 앞세워 전년 동기 대비 33.5% 증가한 9967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매출은 2.2% 감소한 20조7094억 원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전망이 나쁘지 않다. 먼저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3분기 3조75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나타냈지만, 그 폭을 줄이며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고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모바일경험(MX) 사업부 영업이익이 3조3000억 원으로 집계되는 등 올해 출시한 신제품의 높은 인기도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는 시장 회복 추세가 가속화되고 이전 대비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상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메모리 시황과 IT 수요의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발표 후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의 메모리 위주 실적 개선을 예상하고 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부문 적자 축소로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 바닥을 확인한 반도체 실적이 4분기부터 출하 증가와 판가 상승으로 본격적인 개선 추세에 진입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PC, 스마트폰 교체 수요 도래로 반도체 부문에서만 영업이익 12조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3조4783억 원이다. 전년 동기보다는 19.22% 줄지만, 3분기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1조 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내년 1분기에는 5조 원대까지 이익이 회복될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는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생활가전 등 기존 주력 사업의 시장 지배력을 확고히 한 동시에, 미래 먹거리인 전장 사업이 머지않아 회사 전체 성장을 주도하는 주력 사업 반열에 올라설 것으로 기대감을 키운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현재 실적도 좋지만, 미래는 더 밝다는 것이다. 3분기 매출 2조5035억 원, 영업이익 1349억 원을 기록한 LG전자 VS(전장)사업본부는 연말 100조 원에 달하는 수주 잔고와 공급망 관리를 기반으로 매출 규모를 확대하고 안정적 수익 구조를 확보하는 등 성장 속도를 점차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연말 성수기에 접어드는 주요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전장 사업을 앞세운 B2B(기업 간 거래) 고성장을 지속하며 4분기에도 매출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예상대로 LG전자가 4분기 호실적을 달성한다면 연간 최대 영업이익 달성도 기대할 수 있다. LG전자의 연간 역대 최대 영업이익은 2021년 기록한 4조580억 원으로,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3조2360억 원이다.
김동원 연구원은 LG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8572억 원 수준으로 추정하며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VS는 수익성 높은 수주가 매출 반영이 시작됐고 H&A(생활가전)는 비용 절감과 B2B 매출 확대로 점유율 상승이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