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은 1973년 옥포조선소 출범 이후 대한민국 조선업계의 역사의 중심에 서왔다. 1993년 세계 선박수주 1위를 달성한 것을 비롯해 대한민국 최초의 전투 잠수함을 건조하기도 했다.
한화의 품에 안긴 거제사업장은 새롭게 도약 중이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기술들을 접목하고 용접을 돕는 로봇으로 생산성을 고도화하고 있다. 친환경 분위기에 맞게 액화천연가스(LNG)와 암모니아를 검증하는 실증설비를 갖추고 새로운 선박 추진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더팩트>는 지난 26일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 야드'를 구축하고 있는 한화오션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경쟁력을 직접 확인해봤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은 크게 상선 건조구역, 에너지플랜트 건조구역, 특수선 건조구역 등 3가지 구역으로 나누어진다.
상선건조구역은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등 대형 상선을 주로 건조하며, 최근에는 친환경 추세에 맞는 LNG운반선을 주로 건조하고 있다. 에너지플랜트 건조구역은 FPSO(부유식 석유생산 시스템)를 건조하며, 특수선 건조구역은 해군에서 쓰는 구축함 등 수상함과 잠수함을 주로 만든다.
특히, 상선건조 구역에 있는 드라이 도크(갑문으로 물을 막고 운하를 판 뒤, 땅 위에서 배를 조립하는 도크) '제 1도크'는 세계 최대 규모로, 길이 530m, 폭 131m에 달한다. 실제 기자단이 방문한 1도크에서는 대형 LNG선 4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었다. 이처럼 압도적인 크기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은 다양한 연구·실증설비를 갖추고, 정보통신(IT)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 야드'로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연구센터는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 슬로싱 연구센터, 디지털 생산센터를 갖추고 있다.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는 지난 2015년 세계 최초로 설립된 극저온 연구시설이다. LNG는 운반 도중 외부로부터 열이 유입될 경우 증발가스가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나타나는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연구·실증하는 역할을 한다.
크게 LNG운반선에 탑재되는 재액화·재기화 시스템, 암모니아 대체연료 시스템, 탄소포집 시스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등을 연구한다.
재액화와 재기화 시스템은 LNG선에서 기화된 가스를 다시 냉각해 저장하거나, 추진 연료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최근 한화오션은 독일 만(MAN)사와 협력해 LNG 고압연료시스템을 개발하고, 세계 선급으로부터 기술표준을 인정받았다. 해당 기술을 활용해 중국 등 해외 조선사로부터 수십억 원대의 기술료를 징수받고 있다고 한화오션은 설명했다.
암모니아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는데, 한화오션은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를 중심으로 암모니아 추진 발전 엔진을 개발, 오는 2025년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암모니아를 분해할 경우 수소와 질소가 발생하는데,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탑재하게 되면 별도의 수소저장 설비 없이 무탄소발전과 추진시스템 구축을 할 수 있게 된다.
한화오션은 암모니아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연구하기 위해 30kW급 실증설비를 개발하고 있다.
탄소포집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운반하는 '중압저장선'을 개발하려고 선행 연구되는 과제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탄소를 포집해 지층에 강재로 주입하는 기술이 연구 중인데, 이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포집된 탄소를 운반하는 중압저장선의 필요성이 커진다.
탄소를 포집하려면 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만일 -56.6도를 넘어버리면 드라이아이스가 생성돼 장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제어하는 '화물제어시스템 실증설비'를 구축, 연구를 추진 중이다. 내년에는 증발가스 제어, 이산화탄소 재액화 사이트 등을 설치해 탄소 포집 기술을 완성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슬로싱 연구센터는 액체 화물의 출렁임(슬로싱)을 연구하는 부서다. LNG운반선이 13만8000루베(1㎥_)임을 감안하면 배의 움직임으로 인한 액체 화물 출렁임으로 화물창 등 장비 파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2004년 부산대 슬로싱 센터 공동연구소 설비를 구축하고, 거제사업장에는 2019년 관련 실험 설비를 도입했다. 500개의 압력 센서를 토해 가혹한 환경 슬로싱 모션을 측정하고, 계측데이터를 자동으로 전송·연산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다른 조선소와 달리 한화오션의 슬로싱 설비는 유압식 다리를 활용해 높은 위치에서 수조를 회전시킨다. 이를통해, 더욱 극한의 환경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화오션은 설명했다.
디지털 생산센터는 지난 2021년 설립됐으며, '스마트 야드'의 핵심 역할을 한다. 마치 공하으이 관제탑처럼 거제사업장 곳곳을 디지털화된 정보로 한 눈에 파악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신속히 제시하는 곳이다.
디지털 생산센터는 건조 중인 블록 위치와 생산 공정 정보 현황 등을 사물인터넷(IoT) 센서와 드론을 통해 확인하는 '스마트 생산관리센터'. 바다 위에서 시운전 중인 선박 상태를 육지에서 확인하는 '스마트 시운전센터'로 구성돼 있다.
스마트 생산관리센터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수시로 업데이트 되는 각종 생산 정보를 종합하고, 사전 시뮬레이션으로 위험 요소를 사전에 대응한다.
특히 조선사 최초로 드론을 활용해 생산 현장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전체 조선소를 조망하고, 각 블록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기존 정보와 영상 정보를 융합하고 데이터 정확성을 높인다. 블록 이동 거리, 위치한 생산 설비, 장애물을 자동으로 계산하고, 종합 분석해 블록 운반에 필요한 최적 이동 경로를 제시할 수도 있다.
스마트 시운전센터는 해상 선박을 원격으로 연결해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공한다. 기술 인력이 직접 예인선이나 헬기를 타고 배에 승선하지 않아 시운전 기간 단축, 원가 절감 등을 이뤄낼 수 있다.
한화오션은 '생산혁신연구센터'를 통해 조선소의 핵심 공정인 용접과 도장 관련해 한화오션은 로봇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위험하고 어려운 조선업계 업무강도를 낮추고, 사람과 경험 중심 방식 벗어나 로봇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해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일할수 있는 조선소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우선 다양한 로봇으로 소조립·중조립·대조립 공정을 자동화하고, 탑재용접 자동화(무레일 EGW), 스마트용접시스템, 신용접기술(레이저, 3D프린팅, 오비탈용접)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개발한 용접 로봇은 △이동 가능한 소형 포터블 로봇 '탑재론지 용접로봇' △레일 위 무거운 케이지가 이동하며 용접을 돕는 무레일 EGW 용접로봇 △고출력 레이저를 활용해 금속 변형을 최소화하는 레이저용접 로봇 △용접 난이도가 매우 높은 배관이나 둥근 구조체를 손쉽게 하도록 지원하는 오비탈 GTAW용접 로봇(배관)과 FCAW용접 로봇(구조) 등이 있다.
도장 공정은 수작업 스프레이 도장작업이 필수인데, VR 기술로 훈련한다. 실습자는 실제와 압력과 크기, 모양이 같은 '스프레이건'과 '단건', '풀건'을 들고 VR헤드셋을 낀 채 가상현실 공간에서 직접 실습할 수 있다. 실습한 결과물(도막 두께)은 딥러닝으로 분석해 확인하며,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확인해 피드백을 전달한다.
특히, 방독마스크가 없어도 되고, 시공간과 원자재(페인트, 신너) 제약 없이 훈련할 수 있어 훈련생들에게 인기가 있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크게 절감된다고 한화오션은 설명했다.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은 "조선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산업으로 중요하고 고용창출로도 굉장히 중요한 산업"이라며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이 세계 최고의 조선소, 세계 넘버 1이 될 수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