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한림 기자] 올해 '황제주'(주당 100만 원 주식)를 넘어 장중 153만9000원까지 치솟던 에코프로가 끝 모를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주가는 약세 중심의 오르내림을 반복하다가 10월 들어 70만 원대까지 내리더니 4개월 만에 60만 원대 초반까지 추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7일 에코프로는 전 거래일 대비 2.25%(1만4000원) 오른 63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26일에는 하루 만에 10.00%(6만9000원) 내리는 등 60만 원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고점(7월 26일) 대비 하락률은 60%(58.7%)에 달한다.
에코프로의 약세는 테슬라의 어닝 쇼크와 제너렐모터스(GM) 전기차 출하 목표 하향 등 글로벌 고객사의 업황이 악화하면서 향후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 발생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미국발 고금리 기조와 이·팔전쟁 등 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7개월 만에 800선을 내준 코스닥 시황 부진도 하락에 힘을 더했다.
종목만 놓고 보면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의 계좌 해킹 논란이 매도세를 부추겼다. 에코프로 측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이 전 회장의 보유 주식 중 2995주가 제3자 매각된 것에 대해 "계좌 해킹으로 인한 무단 매각이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해명했으나 주가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렇다 보니 에코프로가 7월 끝 모를 상승을 이어갈 때 힘을 보탠 개인투자자들의 비명이 감지된다. 에코프로 종목토론방이나 공개채팅방, 주주커뮤니티 등에서는 "지금이라도 손절해야 한다"는 '손절파'와 "내릴 만큼 내렸다"는 '저점파'를 두고 개인투자자들의 열띤 토론이 펼쳐지고 있다.
먼저 '손절파'는 "에코프로의 하락세 장기화를 전망하면서 손실이 크지만 더 큰 손실은 막아야 하지 않냐"는 분위기가 형성된 쪽이다. 최근 리튬과 니켈 등 2차전지 주요 원재료 가격 등이 하락하고 있고 팬데믹 때 움츠렸던 중국의 CATL, BYD 등 배터리업체가 다시 공급을 확대할 경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경쟁력이 과거보다 악화할 것이라는 해석에서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에 잔뜩 쪼그라든 시황도 에코프로의 추가 하락설에 무게를 더한다.
반면 '저점파'는 "주가가 조금 더 내릴 순 있겠으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2차전지 테마주 광풍이 불 때 급격히 오른 만큼 가격 조정을 받는 것이고, 거품이 빠졌기 때문에 향후 업황이 개선된다면 상승 여지가 있어 매도 시기를 잡는 것은 다소 아쉬운 판단이라는 해석이다. 개인투자자들과 달리 외인과 기관이 최근 에코프로를 바구니에 담는 경향이 짙어진 점도 주가 상승론에 힘을 싣는다.
당초 에코프로를 냉정하게 바라본 증권가와 전문가들은 올해 반등은 어렵다는 쪽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또 최근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에 따른 키움증권의 5000억 미수금 발생 등을 두고 금융 당국과 증권업계가 '빚투'(빚내서 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실제로 최근 한 달간 에코프로의 신용거래융자는 전월보다 19.6% 감소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에코프로가 최근 약세 중심의 하락을 거듭하면서 주가가 크게 내렸지만, 오른 날과 내린 날 모두 다소 과한 변동률을 기록했다. 높은 주가 변동성은 현재 주가와 기업 가치에 대한 괴리감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면서도 "주가가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나면 차익 실현 매물을 어느 정도 털어냈다고 볼 순 있다. 가격 조정을 충분히 받았다고 판단되면 기업 펀더멘탈 중심의 투자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