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평화롭게 통신장비 정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작업 트럭 짐칸에 깜빡 잊고 두고 온 경광봉을 꺼내러 몸을 돌리던 그 때, 순식간에 시야가 붉게 물들며 바닥이 기울어졌다. "중장비 운용 공간에서 다른 작업을 진행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사망선고가 이뤄졌다.
4D 가상현실(VR) 체험임을 알면서도 사고 순간은 생생했다. 치명적인 사고는 아주 사소한 실수나 안전수칙 미준수로 인해 일어난다는 것이 몸소 체감됐다. 첫 번째 사망사고 이후에도 VR체험은 계속 이뤄졌다. 엇비슷한 3번의 작업 환경에서 3번 다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ICT 기술과 실제 사례를 결합한 효과적인 교육이었다.
지난 25일 'SKT 패밀리 세이프 T센터'(이하 SKT 안전체험교육관)을 찾았다. 이곳은 통신 사업자 특화 안전교육과 기타 생활안전 교육 26종을 직접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단순히 이론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증강현실(AR)과 VR 장비 등 최신 ICT 기술을 접목해 실감형 체험공간을 꾸린 것이 특징이다. 기획 단계부터 현장 작업자의 의견을 수렴해 고소작업대, 옥탑작업환경 등 위험 노출이 많은 현장을 4D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다.
기자가 체험한 4D VR 기기의 경우, 바닥이 움직이는 '시뮬레이터'를 비롯해 '낙하물 트리거', '열센서', '협착센서', '감전센서', '에어센서' 등의 부품이 탑재돼 있다. 이에 따라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아 머리 위로 낙하물이 떨어지는 체험이나, 용접 작업 시 위험물을 치우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합선사고, 도로 작업 환경에서 신호수를 배치하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추돌사고 등을 현실처럼 생생히 겪을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유무선 통신사업자다보니 자사와 협력사 직원들이 다양한 작업 환경에 놓이게 된다"며 "지상과 지하는 물론 해저 케이블이 있는 바닷속 까지 다양한 작업장에서 연간 100만 건에 걸친 작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듯 다양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체험관을 꾸려 통신에 특화된 체험 장치로 안전 교육을 받고 현장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T 안전체험교육관은 지난 10월17일 개관했지만, 이미 연간 교육 스케줄이 꽉 찼다. 일주일 만에 이곳을 다녀간 교육생이 400명 가까이 될 정도다. 한 번에 2팀씩, 하루 2회 교육이 가능하고, 연간 8000여 명이 이곳에서 안전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다.
SKT 안전체험교육관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안전보건교육규정을 충족했다. 이에 따라 이곳에서 교육받은 시간은 고용노동부의 정기 근로자 안전보건 교육으로 인정받았다.
SK텔레콤은 앞으로도 안전체험교육관의 교육 분야나 시나리오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부사사옥의 경우, 국토의 중앙인 대전에 자리 잡고 있어 1호 교육장으로 낙점했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앞으로도 안전체험교육관의 설립을 경영 계획에 반영해 추가 개관을 검토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더불어 자사의 안전교육과 관리 시스템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1년 동안의 태스크포스 기간을 거쳐 안전보건전담조직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50명 이상의 사업장의 현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 사고 발생 시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상의 벌금을 물리는 법안이다.
SK텔레콤은 SKT 안전체험교육관 설립 외에도 안전관리를 위해 △드론 점검과 인공지능(AI) 분석 시스템 △'사물인터넷(IoT)맨홀' 등을 개발과 현장 적용 △구성원을 대상의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교육 등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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