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의 첫 고비인 '화물사업부 매각'이 다음 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인수주체인 대한항공과 채권단 산업은행의 기업결합 의지가 강력한만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과, 항공 경쟁력 약화가 걱정된다는 반대 여론이 팽팽해 이사회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30일 오후 2시에 이사회를 열고 화물사업 부문 매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앞서, EU 경쟁당국인 EU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과 관련해 유럽 화물 노선에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며 화물 부문 매각을 요구했다.
대한항공은 유럽 4개 도시행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반납과 아시아나 화물 분리 매각 계획을 독점 우려 해소 방안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화물사업 매각은 아시아나 이사회에서 결정되는데, 만일 이사회가 불승인할 경우 양사의 합병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대한항공이 아닌 제3자 매각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항공부문 경쟁력 약화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합병 반대 여론이 높다는 점이 이사회 승인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화물 사업을 매각하고 주요 노선인 유럽 4개 도시행 슬롯을 반납하면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이 '공중분해' 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시각이다.
실제,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은 양사의 기업결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고 화물사업부 매각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등으로 구성된 한국민간조종사협회도 합병 중단을 촉구했으며, 아시아나항공 전임 사장들도 최근 반대 성명서를 이사진에게 보냈다.
다만, 아시아나의 화물 부문 매각을 하더라도 경쟁력 약화가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화물 부문의 운임은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특수 상황에서 급등했고, 최근 정상화되는 과정이라 매출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지난 2018년 kg당 3~4달러였던 항공운임은 펜데믹 기간 평균 8달러~12달러로 4배 가까이 급등했다가 최근엔 다시 2018년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부문 매출 비중도 펜데믹 기간인 2021년 76.7%까지 늘어났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다시 25%로 줄어들었다.
아시아나의 재무구조 건전성이 취약한 만큼, 제3자 매각으로 시간을 더 끌게 될 경우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도 합병 찬성 의견에 힘을 보탠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무려 2000%에 가까운 부채비율 가지고 있으며,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을 뛰어넘고 있다"면서 "3자 매각을 꾀할 수 있지만, 3조6000억 원이 훌쩍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현실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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