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한림 기자] 10년 넘게 주인을 찾고 있는 KDB생명이 이번에도 매각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지자 사모펀드(PEF) 업계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힌 하나금융지주 등 금융권의 외면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경영 정상화보다 투자금 회수에 무게를 둔 사모펀드사에 안길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어서다.
◆ KDB생명, 하나금융지주 인수 불발…사모펀드 품에 안길까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KDB칸서스밸류PEF는 최근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후 협상을 벌여온 하나금융지주로부터 KDB생명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 시도에서 유일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 하나금융지주와 공식적인 결별로, 다섯 번째 매각 도전도 사실상 실패로 돌아선 셈이다.
하나금융지주의 KDB생명 인수 포기 배경으로 2000억 원 안팎의 매각가와 인수 후 경영 정상화 비용 등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KDB생명이 다시 사모펀드 문을 두드릴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금융권의 외면을 받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물론,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사모펀드사가 KDB생명에도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해석에서다.
KDB생명이 과거 사모펀드사와 매각 협상을 벌였던 전례가 있는 점도 사모펀드 매각설에 힘을 싣는다. KDB칸서스밸류PEF는 지난 2020년 사모펀드사인 JC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매각 협상을 벌였다.
당시 KDB생명이 사모펀드 품에 안기는 것에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으나, 구주 인수 2000억 원과 유상증자 1500억 원 등 세부 조건에 합의하고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하기도 했다. 다만 JC파트너스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매각이 불발됐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사는 주로 기업 인수 후 경영 정상화보단 엑시트(투자금 회수) 쪽에 무게를 둔 협상을 벌이기 때문에 KDB생명에 성급한 기업 체질 개선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다만 5번째 매각도 불투명해진 KDB생명이 이번에도 매각에 실패한다면 새 주인 찾기는 더욱 장기화 전망으로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 KDB칸서스밸류PEF는 산업은행이 지난 2010년 금호그룹으로부터 KDB생명(당시 금호생명) 인수를 위해 칸서스자산운용과 설립한 사모펀드사로 KDB생명 지분 92.73%를 보유한 대주주다. 10여 년간 총 다섯 번의 매각 시도를 벌였으나 여전히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KDB칸서스밸류PEF의 만기는 내년 2월이다.
◆ 스틱인베스트먼트, SKTI에 대경오엔티 매각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에 동식물성 기름 중심 에너지 원료업체 대경오엔티를 매각한다. 매각 규모는 지분 100% 주식매매계약(SPA)이며, 올해 내 거래 종결을 단행할 예정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7년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온 대경오엔티를 약 945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대경오엔티를 글로벌 탄소중립 트렌드를 고려한 중장기 성장전략에 초점을 두고 기존 사료용 원료업체에서 지속가능 에너지 원료업체로 탈바꿈했다는 평을 받는다.
대경오엔티의 새 주인이 될 SKTI는 지난 2013년 7월 SK에너지의 트레이딩 사업 부문의 인적 분할로 설립된 에너지업체로 원유나 석유 제품의 전문 트레이딩업은 물론, 탄소 감축 전략 바탕의 ESG 모델 중심 경영에 중점을 두고 있다.
SKTI는 이번 대경오엔티 인수를 위해 KDB산업은행 PE실과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 등 3개 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구해 지분 인수에 나섰다. 인수 배경은 바이오 물질 기반 지속 가능 항공유 원료 확보 구체화 등이 꼽힌다.
◆ 글로벌 사모펀드사 블랙스톤, '아크플레이스' 팔아 3000억 차익 전망
세계 3대 사모펀드사 블랙스톤이 7년 전 사들인 역삼역 오피스 빌딩 '아크플레이스'가 새 주인을 찾았다.
블랙스톤, 미래에셋맵스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1호, 아크플레이스 매각자문사 존스랑라살(JLL)은 최근 아크플레이스 우선협상대상자로 코람코자산신탁을 선정했다.
아크플레이스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역삼역 3번 출구 인근에 있는 오피스 빌딩으로 지하 6층~지상 24층 규모에 임대율 100%를 자랑하는 강남권역 핵심 건물로 꼽힌다. 옛 이름은 캐피탈타워와 한솔빌딩이며 한솔그룹이 지난 1998년 본사 건물로 만들어 13년간 머물기도 했던 곳이다.
블랙스톤은 지난 2016년 아크플레이스를 당시 주인이던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부터 4500억 원에 인수해 오피스 빌딩으로 운용해 왔다. 자세한 매각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블랙스톤이 코람코자산신탁에 제시한 매각가를 약 75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블랙스톤은 7년 만에 아크플레이스 매각으로 3000억 원가량의 차익을 남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