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가계부채는 결국 부동산 문제, 미시적 조정으로 대응"[일문일답]


"금통위원 5명,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열어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선영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가계부채 억제와 관련해 "정 안 되면 금리를 통한 거시적인 조정도 생각해 보겠지만 그런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19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에 대해 "미시적인 조정을 통해 해보는 단계"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결국 부동산 가격의 문제"라면서 "통화정책이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통화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오르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9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이선영 기자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그동안 현재 기준금리가 긴축적인 수준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최근 물가 반등세도 가파르고 가계부채나 기업부채도 빠르게 늘어난 상황이다. 현재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적이라고 볼 수 있나.

중립 금리를 보면 긴축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금리라던지 중립금리와의 비교 가격 변수를 통해서 판단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금융 안전 지수, 금융 상황 지수 등으로 긴축적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이런 가격 변수가 아닌 가계대출, 기업대출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 기업대출이 많이 늘어났다고 말씀하시는데 기업대출이 늘어났다고 금리 수준이 긴축적이지 않다고 결론을 내리긴 어렵다. 최근에 기업대출이 늘어난 것은 회사채 금리가 올라가면서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에서 기본적으로 대출로 이동하는 것도 많은 부분이 있다. 물가가 지금 하향으로 움직이는 기조를 볼 땐 긴축 수준에 있다고 생각하고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 긴축이 아니라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물가 목표 도달 시기에는 변동이 없는지.

새로운 전망이 11월에 나올 텐데 내년도 말까지는 2% 초반에 수렴할 거라고 했다. 이·팔 사태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금 예단하기 어려워 몇 주간은 지켜봐야 한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저희가 8월에 예측했던 하향 속도보다는 늦어지지 않겠느냐라는 게 금통위원들의 의견이었다.

-향후 금리 결정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의견은.

3.50%로 동결한 원인은 여러 불확실성이기 때문에 성장 경로, 물가 경로, 가계 부채 추이 등을 지켜보고서 결정하자는 취지에서 결정했다. 금통위원 6명 중 1명은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금리 인상·인하에 대한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나머지 5명은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목표 물가 도달까지 시기가 늦춰질 거 같으니 긴축 강도를 올려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중 한 명은 가계부채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 금리가 16개월 째 역전되고 있는 상황인데, 미국과의 금리 차에 대한 생각은.

금리 차 자체가 움직임을 결정하는 일은 없다. 금리 차가 벌어지면 큰 일이 벌어지는 것처럼 말하는데 과거 경험도 그렇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거냐는 예상 가속화되느냐 안 하느냐 이런 거에 예상이 많이 달렸기 때문에 금리 차가 벌어지려면 그 중간에 이행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속도나 이런 거에 영향을 받을지 모르지만 금리 차 자체는 적정 지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관련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작년 말에 금리를 막 올리기 시작할 때 사실 부동산 PF가 연말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는 시점이나 하반기부터 차차 문제가 되겠지했는데 작년 말 지자체에서 문제가 일어나고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이 갑자기 크게 반응했다. 그때는 관리가 안되면 금융안정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동산 시장이 저희가 정책을 할 때 고점 대비 20~30%씩 떨어지면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나 이런 걱정을 많이 했고 물가가 오르는 국면이라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도 없었다. 금리를 올리는 대신 미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연착륙을 유도하자고 했고, 결과적으로 갑자기 많은 문제가 생기는 것은 피했다. 반면에 금리도 유지하고 그러다 보니 부동산 경기가 오르지 않겠냐(는 기대감에) 거래량도 늘고 수도권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 그러나 특정 지역이 아닌 전반적으로 보면 부동산 가격이 충분히 올라 부동산기업들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사이 정부가 대주단을 이끌어 부동산 PF 중 10% 정도는 조용하게 구조조정을 했다. 금리가 상당 기간 낙폭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금리 부담으로 인한 부동산 PF 문제가 조금씩 나타날 수는 있다. 정부는 큰 충격 없이 정리하고 정상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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