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 '야구 전설' 베이브 루스와 같은 사람"


마틴 토론토대 명예교수 "전략 이론가이자 통합적 사상가"
김상근 연세대 교수 "'기증하겠다' 의도성 갖고 미술품 수집 시작"

로저 마틴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가 18일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인터뷰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성락 기자

[더팩트ㅣ서초구=이성락 기자] "이건희 선대회장은 메이저리그의 전설인 베이브 루스와 같다."

로저 마틴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1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 참석, 기조연설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과 관련해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떠올리며 이같이 밝혔다.

마틴 명예교수는 "이건희 선대회장은 삼성이 잘하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 '초일류'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반도체·스마트폰 등 사업에서 목표를 실제로 달성하며 말만 그렇게 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며 "이는 원하는 방향으로 홈런을 치겠다고 말한 뒤 실제로 그 방향으로 홈런을 때린 베이브 루스를 연상시킨다. 굉장히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2017년 세계 1위 '경영 사상가'로 선정된 마틴 명예교수는 그동안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에 관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조연설에서는 '이건희 경영학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이건희 회장의 경영 리더십을 평가했다.

특히 마틴 명예교수는 '전략 이론가'와 '통합적 사상가'로서의 면모를 소개했다. 그는 "신경영 선언 당시 이건희 회장의 어록을 분석한 결과,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통찰력을 보유한 '전략 이론가'로서의 면모가 엿보인다"며 "또 통합적 사고에 기반해 창의적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춘 '통합적 사상가'였다"고 전했다.

이어 "이건희 선대회장은 '전략 이론가'와 '통합적 사상가' 외에도 다른 이에게 영감을 주고, 강한 열의로 실패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한 리더십을 갖고 있었다. 이는 기업 성공에 큰 도움이 되는 면모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특징은 회장직에 오른 뒤 경영 활동을 펼쳐나가면서 자연스럽게 갖춰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가 KH 유산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성락 기자

마틴 명예교수는 "앞으로 삼성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할 수 있다고 해서 많은 분야에 진출하면 안 된다. 여러 분야로 들어가면 잘하는 부분이 희석될 수도 있다"며 "여력이 커질수록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신학·인문학 분야 권위자인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도 기조연설을 끝내고 취재진과 만나 질의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르네상스人 이건희와 KH 유산의 의의'를 주제로 이건희 선대회장의 대규모 사회 환원의 의미를 강조했다. 앞서 이건희 선대회장의 유족들은 지난 2021년 미술품 2만3000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고 감염병,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을 위해 총 1조 원을 기부하는 등 고인이 남긴 'KH 유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김상근 교수는 "고인은 경영 외적인 분야에서도 전례 없이 큰 유산을 국가에 남겼다"며 "이건희 선대회장이 이탈리아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이끈 메디치가에 필적할 만한 업적을 남긴 한국의 시대 정신"이라고 평가했다.

김상근 교수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미술품 수집 활동에 '의도성'이 엿보인다고 소개했다. 처음부터 한국 미술사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기부할 목적으로 미술품을 모았다는 설명이다.

김상근 교수는 "다른 사람은 작품을 살 때 투자 효과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건희 선대회장은 그렇지 않았다. 이중섭의 편지화, 은지화를 일괄 구매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일괄 구매, 일괄 기부를 통해 박물관의 래퍼토리를 맞춰나가려고 했던 것 같다. 당초 국민들과 공유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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