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국내 가전 양판점들이 고객 접점을 늘리기 위해 가전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가운데 쿠팡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쿠팡이 최근 품질보증 기간 내 가전제품에 대한 무상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전 애프터서비스(A/S)를 본격 선보인 터다. 가전 양판점들은 신규 고객 수요 창출을 위한 발판으로 전략적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쿠팡이 등장하며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18일 <더팩트> 취재 결과 가전 양판점들은 쿠팡이 애프터서비스를 본격화한다는 소식에 향후 신규 고객을 뺏길 수도 있다는 심려를 표했다. 아직은 도입 초기 단계 수준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서비스 범위 확대 등에 따라 시장 파이가 줄어들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일각에선 경쟁은 있겠지만 경쟁자 1곳이 늘어났을 뿐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의견도 내놨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이날 "가전 양판점이 사후 관리 서비스에 나선 이유는 고객 편의성 강화가 첫째다. 나아가 매장 방문객을 늘려 매출에도 영향을 준다는 의도도 있다"며 "일례로 삼성·LG서비스센터 건물 내 매장도 함께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곳은 다른 지점보다 매출이 더 높다고 알고 있다. 쿠팡이 애프터서비스 시장에 들어온다고 해서 큰 타격은 없겠지만 아예 없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가전 업계는 새로운 고객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상품 판매뿐만 아니라 케어 서비스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첨언했다.
쿠팡은 지난 17일 '쿠팡 무상 에프터서비스'(A/S)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쿠팡에서 로켓배송으로 가전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이 쿠팡 앱을 통해 A/S 접수·방문수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게 핵심이다. 혜택은 로켓배송 상품에만 적용된다. 무상 A/S 적용 대상은 제품 보증기간이 끝나지 않은 △TV △노트북(현재 HP 제품만 가능) △냉장고·냉동고 △세탁기·건조기 △주방가전 △청소기 등 카테고리의 약 400개 상품이다. 특히 해당 서비스를 선보이기 전 구매한 상품이라도 제품 설명에 쿠팡 무상 A/S 배지가 붙은 상품은 무상수리가 가능하다.
수리 신청은 쿠팡 앱 '마이쿠팡' 항목 내 A/S 신청 탭을 통해 하면 된다. 수리 절차는 고객이 A/S를 접수하며 희망 날짜를 선택하면 쿠팡과 계약된 수리업체 기사가 고객에게 연락해 정해진 날짜에 방문, 수리해주는 방식이다. 다만 노트북 제품은 서울 지역에만 적용되는데 당일 무상 A/S 서비스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오후 2시 이전에 요청할 시 퀵서비스 기사가 고객이 요청한 장소에서 상품을 픽업해 수리를 마친 뒤 거주지로 상품을 당일 배송하는 형식이다. 수리는 제조사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이뤄지며 부품 교체 시 100% 정품을 사용한다.
쿠팡이 선보인 애프터서비스는 타깃은 중소·중견기업이다. 특히 중소상공인 동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쿠팡은 이번 서비스가 중소 가전업체 판매 증진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중소기업 상품은 품질이 좋아도 A/S가 불편하다는 인식이 있었던 만큼 쿠팡 무상 A/S를 통해 수리 편의성이 높아지면 더 많은 매출을 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쿠팡은 수리 업무를 각 지역에 위치한 중소 수리업체·기사들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면서 중소상공인과 동반 성장하는 데에 주력할 방침이다. 그동안 제조사 매장을 통한 성장에 한계를 경험한 중소 수리업체들이 쿠팡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쿠팡 관계자는 "이번 쿠팡 무상A/S 정식 런칭을 계기로 고객들이 쿠팡에서 가전제품을 더욱 마음 편히 구매하실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무상 A/S 대상 제품을 연말까지 1000여개로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향후 쿠팡 애프터서비스, 가전 양판점 위기 초래할 것"
국내 가전 양판점 두 축인 롯데하이마트·전자랜드는 이미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롯데하이마트는 전용 상담 창구인 '홈 만능 해결 센터'를 설치하고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각종 케어 서비스를 쉽고 편리하게 상담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전국 21개 매장에서 홈 만능 해결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에 의하면 센터 설치 이후 일 매출이 설치 이전과 비교해 평균 4배 이상 증가했다.
또 롯데하이마트는 전국 14개 서비스센터에서 120여 개 국내외 브랜드의 중소형 가전제품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제조사의 품질 보증 기간이 1년이 지나면 수리가 어렵다는 점을 파악해 롯데하이마트에서 가전제품을 사면 보증 기간을 5년까지 늘려주는 '연장보증보험'도 도입했다.
전자랜드는 AS∙설치 전문 기업인 '마이스터즈'와 서비스 협약을 맺고 오프라인 A/S센터 1호점 '기술자들'을 전자랜드 일산점 내에 열었다. A/S센터를 통해 기존 고객 이탈을 막고 신규 고객 창출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협약을 맺은 마이스터즈는 가전제품의 설치와 수리, 홈케어, 기술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종합 서비스 매니지먼트 기업이다. 참고로 전자랜드가 오프라인 전문 A/S센터를 도입한 것은 1988년 설립된 이래 최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그동안 전자랜드에서 가전제품을 산 고객들이 A/S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주로 가전 제조사의 서비스센터에 문의해야 했다"며 "기술자들 오픈으로 가전제품 수리를 원하는 즉시 센터에 방문해 서비스를 빠르고 정확하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혹여 전자랜드에서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더라도 일산점에 방문하면 각종 A/S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며 "가전제품의 고장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분들이라면 편하게 전자랜드 일산점에 방문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쿠팡의 애프터서비스 도입의 영향이 가전 양판점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온라인 쇼핑이 크게 성장했다. 특히 '쇼루밍족'(오프라인 매장에서 물품을 확인한 뒤 온라인에서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에서 구매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한 대책으로 가전 양판점이 애프터서비스를 도입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쿠팡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타깃 마케팅과 개인화된 서비스 제공 등의 장점을 활용해 영업력 확대가 가능하다. 가전 양판점에서 제품을 체험하고 온라인에서 사는 쇼루밍족에게 쿠팡의 애프터서비스는 더 매력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며 "쿠팡이 시장에 본격 들어옴으로써 가전 양판점의 애프터서비스는 효과는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가전 양판점이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장점을 어느 정도 흡수하느냐가 관건인데 현재로 봐선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