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한림 기자] 국내 최초로 미국 부동산 기반의 공모 펀드를 개인에게 판매해 주목받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미래에셋이 만든 펀드 수익률이 코로나19이후 재택근무 확산과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시장침체에 최근 급락하면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부동산 투자 공모 펀드의 대중화를 알린 회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개인 투자자의 자금을 모집해 운용하고 있는 미국 부동산 공모 펀드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11호'와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9-2호'의 최근 1년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먼저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11호'는 17일 종가 기준 기준가 802.19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24일까지 양수(4.40%)이던 투자수익률은 같은 달 25일 36.15% 손실까지 곤두박질쳤고, 10월 16일 35.39% 손실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1년 기준 수익률은 -39.52%다.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11호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7년 7월 약 1500억 원의 개인 투자자 자금을 공모해 운용하고 있는 펀드로, 미국 애틀랜타에 위치한 캠퍼스형 신축 오피스빌딩에 투자해 임대수익과 자본이득을 추구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만기(2025년 1월)까지 약 1년 3개월여가 남아있지만, 최근 수익률이 급락해 만기 전 매각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내 최초 타이틀을 보유한 미국 부동산 공모 펀드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9-2호'도 1년 기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11호보단 나은 상황이지만 만기(2024년 3월)가 5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손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9-2호의 17일 기준가는 1208.53원으로 최근 강보합세를 이어가면서 3년 수익률을 31.42%까지 끌어올렸다. 반면, 1년 기준 수익률은 14.36%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 펀드 역시 미국 텍사스 댈러스에 위치한 시티라인 내 오피스 4개 동에 투자해 임대수익과 자본이득을 추구하는 펀드로 약 3000억 원의 개인 투자자 자금이 투입돼 있다.
미국 오피스 빌딩에 공모금이 투입된 두 펀드에서 밝지 않은 미래가 감지된 배경으로는 지난해부터 급등한 미국 금리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오피스 공실 등에 파생된 미국 부동산 침체에 따른다. 금융분석서비스업체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텍사스주의 오피스 공실률은 약 25%로, 미국 전역 공실률 톱3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내 집계에서도 미국과 오피스 시장의 침체가 감지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금융회사가 투자한 해외부동산 단일 사업장 35조9000억 원 가운데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규모 1조3300억 원 중 오피스가 57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또 미국이 속한 북미 지역은 같은 달 기준 금융권의 해외부동산 대체 투자 잔액 55조8000억 원 중 가장 많은 64.2%(35조8009억 원)를 차지하고 있어 리스크가 높은 유형이자 지역으로 꼽힌다.
두 펀드 모두 만기 전 드라마틱한 수익률 상승을 기록할 여지도 있다. 다만 미국이 여전한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아울러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과 부동산 평가 가치 하락에 따른 현지 은행의 대출 만기 연장 거부 혹은 일부 상환 요청 등의 부담을 안을 가능성도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과거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필두로 미국 오피스 빌딩에 투자한 금융사들이 많았으나 지난해부터 고금리 기조와 팬데믹 시기 재택근무 확산 등에 따른 공실률 증가로 자산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며 "손실을 난다면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말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들어간 공모 펀드인 만큼 대출 비중도 높아 자산매각 등 자구적인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