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국회가 내달 중 공매도에 대한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만,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공매도 제도를 개편하고 전산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개혁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하다.
공매도 제도 개선은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증권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성 유지를 위한 공매도 제도 개선에 관한 청원'이 5만 명 동의를 달성하며 탄력을 받았다. 이달 4일부터 동의를 받기 시작한 해당 청원은 12일부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행을 결정지었다. 청원은 정무위원회에 회부되며, 향후 위원들의 심사를 통과하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가 청원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면 공매도 관련 법안은 심도 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4일 일명 '공매도 제한법'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률안은 차입공매도의 이자율과 상환기간, 담보비율을 투자자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김경협 의원은 "개인 투자자와 외국인·기관 사이에 상환기간과 차입금액에 대한 담보금액의 비율이 서로 다르게 적용되고 있어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면서 "이를 법률로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명시해 우리 개인투자자가 외국인·기관 투자자에 비해 불리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공매도, 정말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주최, "공매도 제도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면서 "전면 재개가 된 것도 아닌데 올해 상반기 불법 공매도 적발과 제재건수가 역대 최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금융당국의 모니터링과 제재가 강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주식시장에는 불법 공매도가 만연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며 "공정성을 전제로 한 경쟁시장에서 우리의 공매도 제도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 '이미 승패가 결정된 운동장'이라고 부르는 분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공매도 관련 법안을 발의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1일 정무위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훈식 의원은 "공매도가 주식시장의 순기능을 살리는 제도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며 "공매도 제도 개선을 위한 많은 법 개정안들이 올라와 있고 필요하면 저도 발의하겠다"고 언급했다.
공매도 제도 개혁에 관해서는 여당도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월 11일 3대 불공정거래행위(미공개정보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와 시장질서교란 행위, 무차입 공매도, 기타 모든 불공정거래 유형에 가담한 자의 증권계좌 개설과 주식거래를 최대 10년간 제한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여야가 완벽한 의견 합치를 이루더라도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고집을 꺾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앞서 금융위 국감에서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개인·기관·외국인의 담보비율을 일원화하는 방안에 대해 질의하자 "이미 개인 투자자들이 요청하는 대로 다 해드렸다"며 "국제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도 없고 현실적으로 똑같이 하는 것도 어렵다"고 답했다.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이 어려우냐는 윤주경 의원의 질의에도 "그렇다. 대차 거래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주식을 빌리는 목적이 다 다르고 전세계에서 어떤 사람은 전화로, 또 이메일로 주문하고 있다. 어떻게 실시간으로 파악하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개인투자자 권익보호 비영리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투자자 보호 소홀을 이유로 금융위 대상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최근 외국계 증권사 두 곳의 관행적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었는데 빙산의 일각이라고 본다. 금융위원회는 대국민 약속사항인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을 즉각 구축해서 국민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