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한림 기자] '6만 전자' 허덕이던 삼성전자가 모처럼 웃었다. 3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바닥을 찍고 반등만 남았다는 반도체 사업 전망을 보란 듯 증명해서다. 이번 호실적은 6만 원대 중반까지 내려갔던 주가마저 끌어 올리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액면분할 후 역대 최대 주가인 '9만 전자'도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11일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71%(1800원) 오른 6만8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거래량은 10월 중 역대 최대인 2520만 여건을 기록했으며, 주가가 하루 만에 1800원 이상 오른 것은 지난 9월 1일 이후 23거래일 만으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12일 장에서도 1.46%(1000원) 오른 6만9200원에 장을 열며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강세는 전날 발표한 올해 3분기 잠정 실적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조4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88% 감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수치만 보면 예년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든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올해 들어 첫 조 단위 영업이익이며, 증권가가 전망한 3분기 영업이익(2조421억 원)을 크게 웃돈 결과다. 특히 삼성전자는 상반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9조 원 적자를 기록해 왔다.
기업 실적 평가는 시장 전망치를 기준으로 평가되곤 한다. 이번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도 지난해보다 크게 업황이 악화한 시점에서 거둔 유의미한 성과로 해석된 모양새다. 증권가도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에 대해 대체로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3분기 메모리 출하량에 아쉬움이 남지만, 환율이 우호적으로 유지돼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사업부별 추정치를 보면 반도체는 3조4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라며 "4분기 실적은 반도체 부문의 적자 축소에 기반해 전사 영업이익 개선이 예상된다. 메모리 업황이 상향 반전하면서 다음 해 가파른 판가 상승을 동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상반기부터 이어진 감산은 보유 재고를 줄이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며 "감산에 따른 공급 조절 효과는 이미 나타나기 시작해 3분기부터 D램 평균 판매단가가 상승 전환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시장은 삼성전자의 희망적 분위기가 깔리다 보니 증권가가 책정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주목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책정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 평균치는 9만2000원이다. 다올투자증권은 기존 9만 원에서 9만1000원으로 올려잡았으며, 한국투자증권은 9만4000원을 유지했다.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제시한 SK증권은 10만 원을 책정하기도 했다.
한편 투자자들의 시선은 오는 31일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주시할 전망이다. 이때 삼성전자가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설비 투자를 축소하거나 감산 기조를 유지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다면 또다시 주가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3분기 사업부별 추정치를 보면 반도체는 3조 원대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D램 양극화 속 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공급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며 "내년의 수요 회복을 기대하는 입장에서 삼성전자의 감산 기조 유지 및 설비투자 축소 의지 표명 여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