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올해 하반기 IPO(기업공개) 최대어로 꼽혔던 두산로보틱스가 시장의 예상보다는 아쉬운 성적을 거둔 가운데 차기 주자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코스닥 시가총액 1, 2위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가 있는 에코프로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먼저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달 25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번 상장에서 1447만6000주를 전량 신주로 공모한다. 희망 공모가는 3만6200원~4만6000원으로 총 예상 공모 금액은 5240억~6659억 원이다. 밴드 상단 기준 목표 시가총액은 3조2716억 원이다. 두산로보틱스의 총 공모금액이 4212억 원, 상장 후 시가총액이 약 1조6853억 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두산로보틱스를 뛰어 넘는, 올해 들어 최대 규모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기관 수요예측을 시작으로 IPO를 본격화한다. 11월 중순 상장을 목표로 IPO를 진행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오는 11월 8~9일 일반청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며, 공동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지난 2017년 4월 설립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 하이니켈 전구체를 생산하는 회사다. 지난해 연결기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매출은 6652억 원, 영업이익은 389억 원이다 전년 대비 94%, 139% 각각 증가한 규모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5241억 원, 영업이익 155억 원을 거뒀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기차(EV)로 전환됨에 따라 전구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의 약 75%를 전구체와 원료 신규공장 등 시설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앞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두산로보틱스가 기대치에 못 미치는 주가 추이를 나타내면서 공모주 흥행몰이에 대한 기대감을 다소 낮췄다. 여기에 더해 금융감독원에서 2차전지 과열양상을 잇달아 지적, 인기리에 청약을 진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새어나왔다.
지난 4월 25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임원회의에서 "올해 들어 코스닥을 중심으로 이차전지 등 미래 성장 신사업 테마주 투자 열품으로 신용거래가 급증하는 등 주식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테마주 투자 심리를 악용한 불공정거래가 기승을 부릴 우려가 있다"면서 "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엄단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8월 8일 금감원 임원 회의에서도 "단기간에 과도한 투자자 쏠림, 레버리지 증가, 단타 위주 매매 등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테마주 투자 열기에 편승한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신용융자 확대는 '빚투(빚 내서 투자)'를 부추길 수 있으므로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지 않도록 관리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물량) 우려를 해소한 채 IPO에 나서는 점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상장 직후 매도 가능한 주식 수가 전체 18.7%에 불과하다. 상장일에 차익 실현에 나서는 주주들이 적으니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증권가에서도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국내에서 단독으로 전구체를 대량 양산하고 있는 만큼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상장 후 연착륙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IPO를 통해 에코프로 그룹주가 탄력을 받을 시 2차전지주에 대한 투심 제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탈중국이 필요한 국내외 양극재 경쟁사들 조차도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높은 협상력을 가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IPO 통해 자금 조달이 완료될 시 공격적인 증설이 기대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