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라면' 인기 여전한데…농심, '매운맛 제로' 라면 출시하는 이유


농심, 안성탕면 40주년…매운맛 없는 '순하군 안성탕면' 출시
순한맛 라면 중 가장 인기 브랜드…소비자 틈새 수요 공략

농심이 삼양라면 출시 40주년을 기념해 순하군 안성탕면을 오는 23일 출시한다. 순하군 안성탕면은 스코빌 지수가 0으로 매운맛이 없다. /농심

[더팩트|우지수 기자] 농심이 '매운맛 제로' 라면을 새롭게 출시한다. 올해 여름 식품업계에선 '매운맛 라면' 경쟁이 거셌다. 이에 따라 비교적 신제품 공개가 더뎠던 순한맛 라면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기 시작했다. 농심의 이번 신제품 출시는 안성탕면이라는 당사 장수 브랜드를 새로 알리고 순한맛 라면 수요도 공략하는 '틈새시장' 전략으로 분석된다.

농심은 안성탕면 출시 40주년을 맞아 오는 23일 '순하군 안성탕면'을 선보인다. 붉은 빛 국물라면이지만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아 스코빌 지수(매운맛을 측정하는 기준 수치)가 0SHU다. 매운맛이 쏟아져 나오는 라면시장 사이에서 맵지 않은 라면으로 눈길을 끈다. 농심은 올해 당사 라면 중 가장 매운 '신라면 더레드'와 맵지 않은 순하군 안성탕면을 모두 출시하게 됐다.

식품업계에선 "경기 불황엔 '매운맛'이 잘 나간다"는 말이 정설로 여겨진다. 혀에 자극이 가는 매운 음식을 먹으면 진통 효과가 있는 엔도르핀 분비가 촉진된다. 엔도르핀은 고통을 줄이고 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으로 매운 음식 섭취가 기분 전환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올해 여름엔 라면 업계 빅3(농심·삼양·오뚜기)가 '매운맛'을 내세운 라면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스트레스 해소에 더해 SNS에서 매운맛을 견디며 먹는 도전이 유행하면서 매운 라면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농심은 지난 8월 신라면(3400SHU)보다 스코빌 지수가 두 배 이상 높은 '신라면 더레드(7400SHU)'를 출시했다. 농심에서 판매하는 라면 중 가장 매운 제품이다. 신라면 더레드는 출시한지 보름만에 42억 원의 판매액을 달성했다. 한정판 제품이었지만 인기에 힘입어 정식 출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같은 달 매운 라면 브랜드 '맵탱(6000SHU)'을 선보였다. 불닭볶음면 시리즈로 쌓은 매운맛 노하우를 살려 소비자가 매운 정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품을 설계했다. 맵탱 역시 한달 만에 300만 봉이 팔렸다. 오뚜기는 열라면에 마늘과 후추를 더한 '마열라면(5000SHU)'에 이어 지난달 세븐일레븐과 독점 계약을 맺고 '대파열라면(5000SHU)'을 출시했다. 대파열라면은 세븐일레븐 컵라면 카테고리 매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신라면과 너구리, 안성탕면 등 라면 '터줏대감'들을 꺾으면서 매운 라면의 인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지난 여름 식품업계는 매운 맛 라면(왼쪽부터 농심 신라면 레드, 삼양 맵탱, 오뚜기 마열라면)을 연달아 내놨다. 이 제품들은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농심·삼양라운드스퀘어·오뚜기

이처럼 매운맛 라면이 소비자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매운 음식을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 사이에선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대학원생 박은지(22·여) 씨는 "맵지 않은 라면도 많이 출시되면 좋겠다. 매운맛에 약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라면이 너무 한정적이다"고 토로했다.

농심의 순하군 안성탕면 출시는 순한맛 라면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신제품 욕구를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데이터앤리서치가 발표한 올해 2분기 기준 국내 주요 봉지라면 브랜드 호감도 순위를 살펴보면 신라면, 틈새라면, 불닭볶음면, 열라면, 안성탕면이 1위부터 5위를 차지했다. 이 중 맵지 않은 라면은 안성탕면이 스코빌지수 570SHU로 유일하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 소비자의 수요는 매운맛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며 "이번 제품 출시는 매운 음식에 약한 소비자나 아이들도 잘 먹을 수 있게 기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농심의 이번 신제품 출시는 안성탕면의 브랜드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동시에 순한맛 라면에 대한 시장 수요도 확인할 수 있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매운맛이 아예 없는 라면을 이벤트성으로 출시하면 지금 매운 라면의 인기가 거센 와중에 시선을 끌 요소가 충분하다. 안성탕면의 브한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좋은 시도"라며 "이번 제품은 시장 조사 상품의 역할도 겸하게 된다. 순하군 안성탕면의 소비자 반응이 좋다면 식품업계가 매운 라면뿐만 아니라 순한맛 라면이라는 '틈새시장' 공략에도 눈을 돌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농심은 6일부터 나흘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순하군 안성탕면 첫 팝업스토어를 연다. 이후 전국을 돌며 안성탕면의 40주년을 축하할 예정이다. 이날 팝업스토어엔 안성탕면 디자인 공모전 시상식, 안성탕면 광고모델 강호동의 팬 사인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index@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