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됐거나 향후 사업을 앞둔 아파트 단지들이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된 분양 단지가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기존 주택의 매매시장에서도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강세다.
4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직방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의 통계자료를 보면 올해 전국에 공급된 1순위 청약 경쟁률 상위 10개 단지 가운데 8곳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됐다. 이들 단지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전국 평균의 최대 24배가량을 웃돌았다.
가장 경쟁률이 높았던 단지는 서울 동대문구에 들어선 '청량리롯데캐슬하이루체'로 조사됐다. 단지는 지난 7월 1순위 청약에서 경쟁률 242.3대1을 기록했다. 이곳은 청량리 재개발구역의 가장 북단인 7구역을 정비해 공급된 단지다.
또 영등포구 양평12구역을 재개발한 '영등포자이디그니티'가 198.76대1, 성동구 청계지역주택조합이 분양한 '청계SKVIEW'가 183.42대1 을 기록해 뒤를 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평균 1순위 청약 경쟁률 10대1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외에 '용산호반써밋에이디션'(4위), '롯데캐슬이스트폴'(5위), 'DMC가재울아이파크'(6위), '래미안라그란데'(9위), '새절역두산위브트레지움'(10위) 등의 순으로 경쟁률이 높았다. 이들은 모두 서울 내 재개발을 통해 공급된 단지다. 반면 정비사업이 아닌 단지는 전주시 '에코시티한양수자인디에스틴'(7위)과 경기 평택시 '평택고덕국제신도시A-19블록호반써밋3차'(8위) 뿐이었다.
이처럼 정비사업을 통한 분양 단지가 양호한 청약 실적을 기록하는 것은 주거 수요가 높아 여유 주거용지가 없는 서울 내 청약 경쟁률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올해 분양 물량 자체가 줄어든 가운데 서울에 청약 수요가 몰리면서 재건축 단지 위주로 경쟁률 상위 단지들이 구성됐다"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의 매매시장에서도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시가 고층 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 계획을 속속 승인하면서 투자 기대감이 높아진 영향이다.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 22일 기준 0.02% 올라 전주 보합에서 상승 전환했다. 재건축이 0.03% 오르면서 상승세를 이끌었고, 일반아파트는 0.01% 올랐다.
실제로 고층 재건축이 계획되고 있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92㎡는 지난달 16일 29억1600만 원에 팔렸다. 올해 초 21억7500만~24억7600만 원에 형성됐던 가격과 비교하면 5억 원 이상 오른 수준이다. 단지 주민들로 구성된 신속 통합기획 자문위원회는 지난달 단지를 최고 70층으로 재건축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재는 서울시로부터 최고 50층 건축 계획을 승인받은 상태다.
영등포구 당산동 '유원제일2차' 전용 123㎡는 지난달 14억9000만 원에 최고가를 새로 썼다. 단지는 지난 1984년 이래 준공 40년차를 맞은 노후 아파트다. 이곳 역시 지난 8월 말 최고 49층 높이로 재건축 승인을 받았다. 재건축을 통해 기존 410가구 규모의 단지가 700가구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재건축을 앞둔 단지들의 매매가격 상승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의 경우 지난달까지 최근 3개월 연속 재건축 아파트가 매매가격을 이끌고 있다"며 "특히 재건축 대상의 노후단지가 밀집한 강남4구와 영등포, 양천 목동, 용산 등지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까지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재건축은 실거주 목적보다는 투자 수요가 많아 일반 아파트보다 먼저 가격이 움직인다"며 "정부가 정비사업 활성화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승 추세는 당분간 재건축이 주도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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