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에도 가계대출 '들썩'...빚 폭탄 오나


한국 GDP 대비 가계부채, 5년 만에 108%…16%포인트↑

3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부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8.1%로 집계됐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고금리 장기화에도 가계부채가 들썩이며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가 계속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 속 금융권은 가계부채 부실뇌관에 대한 집중 관리 필요성이 제기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부채는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국제통과기금(IMF)이 전날 발표한 '세계 부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8.1%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92%) 이후 5년 만에 16.1%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26개국 중 두 자릿수 증가 폭을 기록한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가계부채는 올해 들어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이 전 달보다 6조9000억 원 증가한 1075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지난 2021년 7월(9조7000억 원 증가)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증가했다.

이같은 가계대출 증가 배경으로는 '부동산'이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중반 무렵까지 저금리 기조와 자산가치 폭등 등이 겹치며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집 사기 행렬이 이어진 것이 가계부채 잔액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한은도 지난달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국내 가계대출 증가 원인으로 '부동산'을 꼽았다. 한은은 "우리나라 금융 불균형의 누증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진행돼 자원배분의 효율성 저하, 부동산 경기에 대한 경제 취약성 등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증가가 한국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하고, 국가 성장 잠재력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더팩트DB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가 언제 부실뇌관으로 터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지금의 고금리 장기화가 계속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5.25~5.50%로 올라가며 한미 금리차가 2%포인트 역전된 상황에서 한국기 금리를 선제적으로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계 자금이 한국 시장을 이탈할 우려가 있다.

정부도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강력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는 한국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하고, 국가 성장 잠재력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한은 측 설명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8월 24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50년 만기 대출을 통해서 DSR 규제를 회피하는 영향이 작용해 두 달째 가계부채가 늘었다"고 지적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을 현재 101% 수준에서 90%를 거쳐 80%까지 낮추겠다"며 구체적인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를 제시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에 국내 은행들은 '부채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러한 부실 뇌관이 터지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뿐만 아니라 정부와 당국 차원에서도 가계와 기업의 부채 관련 위험에 선제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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