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로봇 시장의 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두산 등 주요 기업에 이어 한화도 전문 기업을 신설하며 로봇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화는 로봇 사업을 이끌 한화그룹의 로봇 전문 기업 '한화로보틱스'가 공식 출범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조처로, ㈜한화는 모멘텀 부문의 자동화(FA) 사업부 가운데 협동로봇, 무인 운반차·자율 이동 로봇 사업을 분리해 한화로보틱스를 만들었다. 지분은 ㈜한화가 68%, 음식 조리·시설 관리·보안 업무 등 사업장 곳곳에서 로봇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나머지 32%를 보유한다.

한화로보틱스는 사람과 같은 작업 공간에서 협력하는 협동로봇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존 산업용 협동로봇뿐 아니라 고객을 직접 응대할 수 있는 서비스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통해 라인업을 늘려갈 계획이다. 또한, 건물 관리 로봇 등 자율 주행 기술을 접목한 제품 출시도 추진한다.

글로벌 시장에도 적극 진출한다. 현재 한화로보틱스는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30곳 이상의 거점을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로보틱스 관계자는 "한화 협동로봇 판매의 60% 이상이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 경쟁에 적극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로보틱스의 전략 기획 부문 총괄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 전무가 맡는다. 시장 공략에 성공하겠다는 한화그룹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동선 전무는 "로봇은 앞으로 인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 사업이 될 것이다. 수익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삶을 편안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게 로봇 산업의 핵심"이라며 "사명감을 갖고 푸드테크, 보안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로봇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화 외에도 최근 로봇 사업의 덩치를 키우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두산이 대표적이다. 두산은 국내 협동로봇 시장 1위인 두산로보틱스 상장에 나섰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상장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B2B(기업 간 거래) 로봇 시장을 선점하고 장기적으로는 B2C(소비자 거래)로 사업을 확장해 글로벌 종합 로봇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 등도 일찌감치 미래 먹거리로 로봇을 낙점하고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의 경우 앞서 이재용 회장이 2021년 로봇을 포함한 신사업 분야에 3년간 24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올해 헬스케어 웨어러블 로봇 출시를 위해 막바지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최근 눈에 띄는 움직임으로는 지난 1월, 3월 두 차례에 걸쳐 로봇 개발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4.99%를 사들인 것이 꼽힌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한국 최초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 '휴보'를 만든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회사다.

세계적인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사들인 현대자동차도 로봇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로보스타 인수를 시작으로 투자를 이어온 LG전자는 올해부터 로봇 직접 생산과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기업들이 로봇 사업에 더욱더 힘을 주는 건 시장 성장세가 본격화되는 시점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 발표에 따르면 올해 약 52조 원 수준인 전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2030년 200조 원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전 세계 협동로봇 시장이 매년 40% 이상 성장해 2025년 6조8800억 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 업계 관계자는 "성장이 예고된 상황에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기술 고도화를 통해 강력한 사업 추진력을 갖는 것이 현재 기업들의 공통된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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