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한림 기자] 국내 증시가 추석 명절에 앞서 연일 하락세를 보였다. 10월 2일 임시공휴일과 3일 개천절 연휴까지 겹치면서 6일 동안 장을 열지 않기 때문에 관망세가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장은 증권가 오랜 속설인 '명절 징크스'에 주목하고 있다. 명절 연휴 전 약세를 띤 증시가 연휴가 끝난 뒤 상승한다는 명절 징크스를 올해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9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2018년부터 올해 설 연휴까지 총 11번의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까지 총 5차례 하락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반적인 증시 오름세를 기록한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명절 직전 증시가 기존보다 뒷걸음질 칠 확률은 절반을 넘어섰다.
기간을 23년간으로 늘리고 명절을 추석으로 한정해도 연휴 전 5거래일간 코스피는 평균 0.38%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추석 역시 코스피와 코스닥은 명절 직전일인 27일 나란히 소폭 반등했으나 각각 4거래일 연속, 8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반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추석 연휴 직후 5거래일간 코스피는 평균 0.51%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닥이 연휴 전후 모두 마이너스였으나 연휴 이후 하락 폭이 0.43%로 연휴 전(-0.64%)보다 낮았다. 징크스는 가장 최근 명절인 올해 설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올해 설 명절 직전 5거래일간 무려 6%가량 내렸던 코스피는 연휴 다음날부터 5일간 4% 가까이 올랐다.
시장에서는 해가 멀다 하고 명절 징크스가 이어진 배경으로 투자자들의 심리에 기인한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 초 설 명절 때 러우 전쟁 발발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경영 기조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하락과 상승 폭이 더욱 커졌지만 명절 전후 내렸다가 오르는 분위기는 고스란히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또한 한국 시장이 열리지 않아도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뉴욕증시 시계는 돌아간다는 것도 징크스가 반복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뉴욕증시가 예상보다 악화하거나 좋아졌다면 국내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즉각 대응해야 하지만, 장이 열려있지 않기 때문에 투자금을 빼거나 추가하는 게 불가능하다. 연휴가 끝나고 장이 열리면 이 기간 벌려 있던 '갭'을 메우기 위해 자금을 과도하게 투입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증시가 오른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이번 추석 명절 연휴 기간은 4일에 그쳤던 설 연휴보다 이틀 더 긴 6일이다. 추석 당일인 29일에는 연준이 경제지표를 파악할 때 고려 대상으로 주시하는 지난달 개인소비지출(PCE) 발표까지 예고됐다.
반면 확대 해석을 경고하는 시각도 있다. 매파적 기조를 유지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부터 성장주를 중심으로 뉴욕증시를 끌어내리면서 여전히 충격을 안기고 있고,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또한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이번 추석 명절 연휴 역시 연휴가 시작되기 전 지수가 내렸지만, 과도하게 내린 부분도 엿보인다. 한국 수출입 지수 발표나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도 명절 직후 시작되기 때문에 자금을 섣불리 투자하지 않은 점도 있다"면서도 "명절 직후 증시가 오를 순 있으나 크게 오를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이던 9월 FOMC 정례회의 여파가 지속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