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민족 대명절 추석에도 유통업계 총수의 머릿속은 경영 고민으로 분주할 모양새다. 연휴가 지나고 곧장 찾아올 올해 4분기와 다음해 사업 전략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 수장들은 국내외 현장을 직접 오가며 점검하기도 하고, 내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며 황금연휴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가 기업 내실을 다지면서 외부 협력사와의 상생도 챙기고 있다. 기업 총수들은 길어질 유통 시장 불황에 대비해 장기 대책을 세운다. 최근 정기인사를 발표한 신세계는 바뀐 대표진과 함께 그룹을 이끌 청사진을 그릴 전망이다. 이와 함께 추석을 맞아 협력사에 대금을 일찍 지급하는 등 상생 경영도 놓치지 않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그룹 기조에 따라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일 정기인사로 계열사 대표의 36%를 교체했다. 원래 그룹 내 계열사를 맡고 있던 베테랑 인사들로 채워졌지만, 바뀐 체제 아래 경영을 잘 이어갈 수 있게 대표진들과의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정 부회장은 올해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광주 신세계 아트 앤 컬처 파크' 등 새로운 사업 지역을 넓히는 데 집중한다. 지난해 추석 정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그룹의 디지털·이커머스 역량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고 올해 SSG닷컴을 비롯해 온·오프라인 사업 효율화에 박차를 가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현장 점검에 나선다. 신 회장은 이전부터 명절에 특별한 일정이 없다면 종종 양국 사업장에 예고 없이 방문해 사업장 분위기를 살펴 왔다.
최근 신 회장은 추석 전후로 해외, 특히 베트남과 소통하는데 집중했다. 지난해 광복절 특사 후 첫 출장으로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러 현지로 향했고 올해엔 베트남 최대 쇼핑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개관을 지켜보기 위해 베트남을 방문했다. 신 회장은 2년 연속 부산엑스포 유치를 지지해달라고 베트남측에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지난 베트남 일정에서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를 대동해 유통 업무를 맡기겠단 의지도 내비쳤다. 특히 올해는 오는 10월 그룹 정기인사가 단행될 예정인 만큼 연휴 동안 인사 구성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우리 아들은 여러 가지 공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활동 계획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광주광역시에 예정된 '더현대 광주'의 장기 전략을 고민할 걸로 예상된다. 신세계그룹과 신규 점포 개척지가 겹친 셈이다. 매년 명절마다 가족과 시간을 보낸 정 회장은 예년보다 많은 고민을 얹고 자택에 머물며 연휴를 지낼 전망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별다른 외부 일정 없이 조용한 추석을 보낸다고 알려졌다.
올 상반기 유통 시장 불황이 길어면서 업계는 올 하반기와 다음해 실적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해 13년 만에 재계 순위가 5위에서 6위로 한 단계 밀렸다. 올해 상반기 이마트는 지난해에 비해 적자전환하면서 영업손실 394억 원을 보였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556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에 비해 22% 하락했다. CJ그룹 역시 CJ ENM이 2분기 304억 원 적자를 냈고, CJ제일제당도 대한통운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40% 이상 감소하면서 실적 개선 필요성이 커졌다.
이처럼 시장이 어려운 가운데 유통업계의 '협력·상생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협력사에게 납품대금 약 5900억 원을 조기 지급했다. 25개 계열사가 참여해 총 1만800여 협력사가 추석 상여금 등 돈 걱정을 덜게 됐다. 롯데그룹은 파트너사 자금 지원을 위해 약 1조 원 규뮤의 동반성장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CJ그룹은 1500억 원대 결제대금을 중소 협력업체에 일찍 지급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3000억 원만큼 앞당겨 지급했고 신세계그룹은 정확한 액수를 알리진 않았지만 기존 대금 지급일보다 앞당겼다고 발표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ESG를 실제로 실천하는 측면에서 협력사 대금 조기지급은 긍정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대기업과 협력사의 관계가 불미스럽게 인식되는 사건도 없지 않았으니 이 같은 이미지를 상생과 협력으로 희석하겠다는 의지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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