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구본걸(66세) LF 회장의 장남인 구성모(30세) 씨가 LF에 합류하면서 승계 작업에 시동을 건 모양새다. 구 씨는 현재 LF 2대 주주로 올라있는데 이번 입사로 2세 경영 수업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구 씨는 이달 초 LF 내 신규투자팀 매니저로 입사했다. 해당 부서는 신사업 업무를 담당한다. 통상 '오너家' 승계 작업에서 그룹 내 경영·기획·신사업 등 주요 부서에 배치되는 것은 본격 경영 수업에 들어갔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LF 관계자는 "구 씨가 이달 초 입사한 게 맞고 현재 근무 중"이라고 밝혔다.
구 씨는 LF 입사 전부터 자신의 회사인 고려디앤엘을 통해 LF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고려디앤엘은 지난달 18일~이달 20일까지 열일곱 차례에 걸쳐 LF 보통주 18만8790주를 장내 매수했다. 그 이전에도 LF 주식을 지속해서 확보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LF에서 고려디앤엘의 지분은 10.07%로 구 씨가 보유하고 있는 1.18% 지분을 더하면 11.25%에 이른다. LF 최대주주인 구회장의 지분율은 19.11%다.
고려디앤엘은 구 씨가 91.58%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조경공사, 조경관리 원예판매 등을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8.42%)은 구 회장의 장녀인 구민정 씨가 보유하고 있다. 구민정 씨의 LF 지분은 1.10%다.
LF 관계자는 "구 씨가 LF의 경영·운영 등에는 직접 참여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며 "담당 업무에만 집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행보로 경영 승계 수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추후 승계 작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들을 제시했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우리나라 오너 기업은 1세대 창업, 2세대 수성에서 3세대 승계 작업이 일반적"이라며 최근 LF로 입사한 구 씨가 승계 작업의 첫 발을 내디뎠다고 진단했다.
이어 "3세대 승계 성공 조건은 MZ세대(밀레니엄+Z세대)에게 부드러운 카리스마 경영 방식이 필요하다. 이들은 독립적인 사고와 협업을 중시하므로 과거 지시와 지배 기반의 경영 방식보다는 상호 존중과 소통을 기반으로 한 경영방식을 선호한다"며 "미래의 기업 경영자들은 기술과 사회적 변화는 물론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력이 요구된다. 경영 승계 교육이 성공하지 않으면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미래 사회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중시하는 문화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LF 상반기 매출은 9154억 원, 영업이익은 -2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9750억 원·영업이익 1037억 원) 대비 수익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경기 불황 여파가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