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상>] '천하제일 횡령대회' 1위 꿰찬 경남銀…누리꾼 풍자 '씁쓸'


누리꾼 선정 횡령액 순위 발표, 2988억 원 경남은행 '1위'

BNK경남은행 횡령 사고 규모가 30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BNK경남은행 본점. /더팩트 DB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이한림·정소양·이중삼·최문정·최지혜·이선영·박지성·우지수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우지수 기자] 9월 중순까지 이어진 늦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 향기가 물씬 풍긴 한 주였습니다. 가을에 물들 색색 단풍만큼 경제 분야에서도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이어졌는데요. 첫 소식은 씁쓸한 웃음을 자아냅니다. 누리꾼들이 역대 기업 횡령사건을 금액별로 순위를 매긴 풍자 게시글 '천하제일 횡령대회'에서 경남은행이 새롭게 1위 자리를 꿰찼다는 소식입니다. 역대급 횡령 사건으로 고초를 겪은 은행권에는 내실을 더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재계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55년간 사용한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꿨는데요. 한경협의 새로운 출발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한 류진 한경협 회장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류 회장은 이번 한경협 출범을 축구에 비유해 "'옐로카드'를 한 번 받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 오점을 1회 경고로 여기고 두 번째 과오가 생긴다면 '레드카드 퇴장'이라는 각오로 한경협을 이끌겠다는 결의를 드러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주류업계 소식입니다. 지난 3월 출시돼 대전·충남지역에서 인기를 끈 맥키스컴퍼니의 소주 '선양'의 기세가 최근엔 잠잠합니다.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미연을 선양 모델로 발탁하면서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인데, 충청권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 "업데이트됐어요~" '천하제일 횡령대회' 경남銀 1위 올라

-금융권 소식을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금융감독원의 BNK경남은행 횡령 사고 검사 결과 소식이 금융권 안팎으로 화제였죠.

-네, 금감원은 지난 20일 경남은행 횡령 사고 검사 결과 투자금융부 직원 이모(50)씨의 횡령 규모가 30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는데요. 횡령에 따른 경남은행의 순손실 규모는 595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렇군요. 해당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난해 깜짝 등장했던 '천하제일 횡령대회'라는 게시물이 또다시 등장했다고요.

-네, '천하제일 횡령대회'는 최근 횡령 범죄가 잇따르자 누리꾼들이 업체들을 횡령금 액수에 따라 순위를 매긴 것입니다. 지난해 처음 게시된 '천하제일 횡령대회' 게시글이 순위를 재정비해 다시 올라왔습니다. 경남은행의 횡령 사고 규모가 역대 최대 규모이기 때문입니다.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 금액은 2988억 원입니다. 해당 글에는 횡령액 순위표도 함께 첨부됐는데요. 경남은행 밑으로는 오스템임플란트(2215억 원), 우리은행(664억 원), 계양전기(245억 원)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천하제일 횡령대회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갈무리

-그야말로 '역대급' 횡령 사고네요.

-네, 경남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790억 원이란 점을 생각해 보면 그 금액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직원 한 명이 회사가 1년에 벌어들이는 순이익 이상의 금액을 횡령한 셈이죠.

-어떻게 이런 횡령 사고가 발생할 수 있던 거죠?

-경남은행은 이 씨가 15년간 동일 부서에서 PF대출 업무를 담당했음에도, 장기 근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명령 휴가를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이 씨에게 자신이 취급한 PF 대출에 대해 사후관리 업무까지 수행하게 하는 등 직무 분리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자체 감사를 특별한 이유 없이 실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감사해 장기간 횡령 사실을 적발하지 못한 점도 사고 규모가 커진 이유로 보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경남은행을 자회사로 둔 BNK금융지주는 횡령 금액이 3000억 원이 아닌 595억 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같은 횡령인데 다른 금액이라니, 왜 이렇게 발표한 걸까요?

-경남은행 입장에서 보면 직원 횡령으로 잃은 돈은 595억 원이 맞습니다. 금감원 발표에서 액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건 이 씨가 횡령 과정에서 하나의 횡령을 덮기 위해 또 다른 횡령을 저지르며 돈을 돌려막았기 때문인데요. 금감원은 횡령 건수 단순 합계액을 발표했고, BNK금융은 경남은행의 순손실액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이런 횡령 사고가 발생하고, '천하제일 횡령대회'라는 글이 또다시 올라온 점은 참 씁쓸하고 '웃픈(웃기고 슬픈)' 상황이네요. 특히 횡령은 매년 발생하는 사건이지만, 유독 최근 들어 액수가 더욱 커지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요. 은행권이 '내부통제'에 더욱 신경 써야 할 때라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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