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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정리=우지수 기자]
◆ '새 출발' 행사서 또 한 번 '옐로카드' 언급한 류진 한경협 회장, 왜
-이번엔 재계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주목받는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이야기인데요. 명칭을 바꿨으니 이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불러야겠죠.
-맞습니다. 전경련이 지난 18일 한경협으로 명칭을 공식 변경했는데요. 다음 날에는 전경련 간판을 내리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행사도 개최했습니다.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옛 전경련회관) 정문에서 열린 한경협 표지석 제막식에는 류진 한경협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과 한경협 임직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는데요. 한경협은 지난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 등 기업인 13명이 경제단체를 설립할 당시의 기관 명칭입니다. 55년간 사용한 전경련 간판을 내리면서 새 출발의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죠.
-이날 류진 회장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면서요?
-류진 회장은 한경협의 출범을 '옐로카드를 한 번 받은 뒤 다시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표현했는데요. 경고를 의미하는 '옐로카드'를 한 번 더 받으면 '퇴장' 당한다는 의미로 "다시 기회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류 회장은 이달 중순 포럼 참석차 폴란드 크리니차를 방문했을 당시에도 취재진에게 "축구로 치면 '옐로카드' 상태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는데요. 이어 "신뢰받을 수 있는 경제단체가 되기 위해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두 차례에 걸쳐 주요 자리에서 '옐로카드'를 언급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결의를 다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로 정경유착의 핵심 축으로 지목받아 홍역을 치르는 등 한 차례 '옐로카드'를 받았죠. 한경협 체제에서 더는 이처럼 경고를 받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입니다. 사실 전경련에서 한경협으로 55년 만에 명칭을 바꾼 것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함인데요. 한경협은 대기업 입장만 대변하는 전경련과 달리 '한국 경제 글로벌 도약의 중심'이라는 새 슬로건 아래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류진 회장이 '옐로카드'를 더 받지 않고 한경협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류진 회장이 재계 대표 '미국통'으로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만큼 한경협을 글로벌 싱크탱크로 만들겠다는 목표에 기대감이 높은 상황인데요. '정경유착의 고리'라는 오랜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한경협은 조만간 정경유착 등 외압을 차단할 윤리위원회를 만들 계획인데요. 윤리위원회가 어떤 방식으로 기능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 14.9도 저도수 소주 '선양', 잘 나갔지만 지금은 잠잠한 이유
-마지막 소식은 주류업계 이야기입니다. 충청권 주류업체 맥키스컴퍼니가 올해 초 야심차게 내놓은 소주 ‘선양’(鮮洋)이 한동안 잘 나갔다가 지금은 인기가 시들해졌다고요.
-네. 맥키스컴퍼니는 지난 3월 신제품 선양을 출시했습니다. 선양은 산소숙성공법과 쌀·보리 증류원액을 첨가해 소주의 본질적 가치인 깔끔한 맛은 유지하면서 알코올 도수를 국내 최저인 14.9도로 낮춰 부드러움을 강조한 것이 특징입니다. 출시 2개월 만에 초도물량 100만 병이 판매되는 등 시장에서 인기 돌풍이 일었는데요. 그러나 현재는 초반 인기에 비해 잠잠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기를 끌었던 선양이 잠잠해진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시들한 인기의 주 원인으로는 지역의 한계성과 소주 맛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출시 당시 14.9도 저도수 소주 틈새시장을 노리면서 대전·충남지역을 중심으로 성과를 도출했는데요. 해당 지역을 제외하면 수도권 등에서는 선양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실제 취재진이 수도권 내 주요 대형마트·편의점을 둘러본 결과 제품을 찾지 못했습니다. 맥키스컴퍼니 측도 "선양이 수도권에 공급이 되긴 하지만 찾아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인정했습니다.
또 소주 맛에도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주류업계 일각에서는 14.9도의 선양이 본연의 소주 맛을 내지 못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특히 도수를 낮추면 소주 맛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 선양 소주를 마셔본 소비자들에 의하면 알고 있는 소주 맛이 아니라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선양의 레트로한 병 디자인도 추후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요.
-선양은 병따개로 뚜껑을 따는 옛날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병 디자인 콘셉트를 '레트로'로 잡은 것인데요. 이 방식은 병따개가 흔한 주점 등에서는 괜찮지만 일반 가정집이나 1인 가구에게는 꽤 불편한 요소라는 반응이 큽니다. 선양 소주를 마셔봤다는 한 소비자는 집에 병따개가 없으면 마시기 힘든 제품이라며 선양을 구매할 함께 줬으면 좋겠단 지적도 내놨습니다.
-최근 선양의 모델로 걸그룹 (여자)아이들 멤버인 미연을 발탁했는데, 이 역시도 기대 효과가 크지 않다면서요?
-그렇습니다. 맥키스컴퍼니는 지난 18일 걸그룹 (여자)아이들 멤버 미연을 모델로 한 TV광고를 공개했습니다. 광고는 '선양에 빠졌다'를 슬로건으로 선양의 매력을 미연의 모습을 통해 담았습니다. 특히 미연은 광고에서 선양의 부드러운 목 넘김과 뒤끝 없이 깔끔한 맛을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광고로 (여자)아이들 팬덤의 주 연령층인 MZ세대에게는 어필할 수 있겠지만, 4세대 아이돌 인지도가 낮은 중·장년층에게는 톱스타 모델을 내세우는 편이 광고효과가 더 있을 것이라는 업계 의견이 나왔습니다.
-맥키스컴퍼니가 선양 소주의 꺾인 인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궁금한데요.
-하반기에는 수도권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전·충남지역은 물론 수도권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이 선양을 만나볼 수 있게 편의점·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맥키스컴퍼니가 야심차게 내놓은 14.9도 선양이 소주 맛과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도권에서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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