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인터넷은행법 제정이 5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인터넷은행 업계와 전문가들이 '규제 완화'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인터넷은행이 걸어온 길 그리고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인터넷은행법 제정 5주년 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윤한홍 정무위원회 간사, 성일종 의원, 김용재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박충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등이 참석했다.
유의동 의원은 개회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 제정 당시, 대주주의 사금고화 등 많은 우려 등을 현재 시점에서 보면 기우였다"며 "5주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은행은 빠르고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 중이라고 평가를 받고 있으며, 또한 소비자들의 금융서비스 이용 행태에 영향을 주고, 그 변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금융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인터넷은행 3사 대표들은 규제 완화 필요성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은 "케이뱅크는 국내 최초 인터넷은행으로, 금융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고객들의 편의성과 혜택에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금융 소비자의 편의 증진, 금융 거래의 안정성과 신뢰도 확보를 위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 행장은 "예컨대 현재 케이뱅크는 중소기업 여신까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비대면 상황에서는 중소기업 계좌 개설 등이 어렵다"며 "금융 편의나 안전한 관리를 위해 규제를 다소 완화하는 방안으로 미래를 준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윤호영 카카오뱅크는 "소비자의 편리한 금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금융의 재해석을 통해 26주 적금 등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냈으며, AI(인공지능) 기술 기반으로 챗봇을 통해 고객 상담을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 카카오뱅크를 시작하며 '아들, 딸들이 다니고 싶어 하는 은행을 만들자'라는 생각을 갖고 만들었다"며 "8년이 지났는데, 여러 임직원들과 금융 혁신을 위해 앞장서 왔다고 생각한다. 카카오뱅크가 대한민국 금융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여정에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아직 작다"며 "자산 총액으로 보면 인뱅 3사 규모는 약 100조 원 정도로, 4대 시중은행의 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그러나 인터넷은행은 결코 작지 않다"며 "핀테크 기술력을 바탕으로 금융 소비자들의 일상을 바꾸고 시장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끼치며 은행의 새로운 표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또한 중저신용자 프로그램을 통해 금융 약자들이 고금리로 내몰리지 않도록 은행의 사회적 역할도 다하고 있다"며 "토스뱅크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새로운 은행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도전과 혁신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은행 업계 "'혁신'이 금융소비자 일상 바꿔"
이날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는 혁신 사례를 발표했다.
케이뱅크는 '오픈 생태계 확대'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제시하며, 그 첫 번째 열쇠로 케이뱅크의 '서비스형 뱅킹(BaaS)'을 소개했다.
이재황 케이뱅크 플랫폼기술팀장은 "기존 은행들은 폐쇄적인 생태계를 유지해 왔다면 케이뱅크는 오픈 생태계를 위해 다양한 기기와 앱 등으로 고객에게 다변화된 채널을 제공하고, 협업 파트너와 다차원의 데이터 접근과 공유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비스형 뱅킹'의 일환인 '펌뱅킹 서비스를 소개했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7월 인터넷은행 최초로 인터넷 기반 펌뱅킹 서비스를 출시했다.
펌뱅킹이란 은행과 기업을 연결해 온라인으로 입금과 출금을 비롯해 출금동의, 명세통지, 이체처리 결과 조회, 계좌 성명 조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인터넷 기반 펌뱅킹은 제휴사가 별도의 전용회선을 구축하거나 회선 이용에 따른 비용을 부담할 필요 없이 펌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 절약이 가능하다. 제휴사는 상품·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펌뱅킹 서비스를 신속하게 필요한 만큼만 이용하면 된다.
이재황 팀장은 "그러나 이런 서비스형 뱅킹 모델을 현실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며 "인터넷 환경에서 금융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전용 회선에 준하는 보안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케이뱅크는 보안 기술 혁신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케이뱅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서비스형 뱅킹을 발전시킬 예정"이라며 "특히 하반기에는 가상계좌와 외부 플랫폼 연계 대출, 여신 상품 대출에 집중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어 "서비스형 뱅킹을 추구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고객의 편의와 고객에게 더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며 "앞으로도 기술 혁신과 오픈 생태계 확대를 통해서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청소년들의 일상을 바꾼 '카카오뱅크 mini'를 사례로 소개했다.
송형근 카카오뱅크 계좌의확장캠프 S.O(서비스오너)는 "흔히 청소년들의 일상은 카카오뱅크 mini가 나오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한다"며 "청소년들은 금융을 잘 모르니까 답답하고 불편하다고 했고, 카카오뱅크는 이러한 것들이 호기심 영역이 아니고 청소년들이 누려야 할 문화이며 권리고 일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어렵고 복잡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적절한 금융수단은 어떤 것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청소년들만을 위한 금융 수단을 만들었다"며 "이후 카카오뱅크 mini를 일상 속에서 사용되는 서비스 영역으로 더욱 더 확장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실제 카카오뱅크 mini는 청소년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카카오뱅크mini 고객 수는 180만 명을 넘어섰으며, mini 카드 결재액은 4375억 원을 넘어섰다.
송형근 S.O.는 "지난달 8월부터 초등학생인 만 7세부터 mini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금융의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도록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하 토스뱅크 Head of Technology는 토스뱅크를 '잠들지 않는 은행'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정 부근에 10분~30분 정도 발생하는 은행 점검 시간으로 인한 금융소비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토스뱅크 개발자들이 노력해 왔다"며 "고객이 불편함을 1초도 겪지 않기 위해 토스뱅크 내부의 능력 있는 개발자들이 파고들기 시작했으며, 이에 토스뱅크에서는 1초의 끊김도 없이 송금과 결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토스뱅크에는 점검 시간이 없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에 있어서 점검 시간 영향을 받고 있다"며 "점검시간에 있는 다름 은행으로 송금을 할 때, 그리고 오픈뱅킹을 이용해 송금할 때 등 이런 경우에는 고객들이 이용할 수 없다. 은행을 포함한 여러 대외 기관들도 점검 시간을 없앨 수 있는 방향으로 함께 해 주실 제안한다. 필요하다면 토스뱅크에서 이 노력의 과정들을 공유하고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새로운 은행 경험을 제공한다'가 토스뱅크의 새로운 비전"이라며 "이러한 개선을 해볼 수 있는 것은 기술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인터넷은행이어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인터넷은행 발전 위해 제도 정비 필요성↑
이날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이 발전하기 위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좌장을 맡은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도입 후 기술혁신, 경쟁촉진, 소비자 편익증진에 기여하는 등 대체로 5년의 성과는 긍정적이지만 앞으로 인터넷전문은행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방향 등이 구체적 보이지 않는다"며 "갈수록 국내에서 비즈니스모델이 특화된 전문은행의 설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인터넷전문은행의 지속가능한 경쟁력 제고 방안과 효과적 지원을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의 긍정적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금산결합 플랫폼 성장 등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맞춰 금융규제 체계의 정비, 원칙중심의 감독체계 도입과 함께 사업 다각화를 위한 비대면 겸영업무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 중에 하나인 포용금융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라는 협의의 개념을 넘어 확장되어야 하며 현재의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기준 변경 또는 담보여신 확대를 통한 건전성 관리 노력도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금융당국도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모바일 앱 등을 통해 간편하고 신속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금융 이용 편의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시중은행과 차별화되거나 금융소비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한 혁신적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충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가 적절히 구현되고 자율 경영이 제고될 수 있도록 리스크 중심 감독·검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