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원영 기자] 손해보험업계 7위(자산규모 기준)인 롯데손해보험이 M&A(인수합병) 시장의 최대어로 떠올랐다. 롯데손보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매각가가 최대 3조 원대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손보가 몸값을 두둑이 받을 경우 JKL파트너스는 2조 원 이상의 투자 이익을 챙길 수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JKL파트너스는 최근 롯데손보 매각 초기 단계인 주관사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 지분 77.0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밖에 호텔롯데와 우리사주조합이 각각 5.02%, 1.9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9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금융 계열사인 롯데손보를 매물로 내놨다. 사모펀드(PEF)인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를 3734억 원에 인수한 후 36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롯데손보에 투입한 자금은 총 7300억 원이다.
그간 IB업계 내에서는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 매각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통상 사모펀드는 기업 인수 구조조정 등으로 가치를 불린 뒤 시세차익을 거둔다.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를 인수한 지 4년이 지난 만큼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매각 작업에 돌입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내년 8월 끝나는 브랜드 사용기간도 매각 시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JKL파트너스는 인수 당시 롯데지주에 44억8000만 원의 상표 사용료를 내고 5년간 무상으로 롯데손해보험 상표를 이용해왔다. 이에 따라 업계는 JKL파트너스가 3분기 실적 집계가 마무리되는 다음 달부터 협상테이블을 꾸려 내년까지는 매각을 완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적자를 지속했으나 2년 만에 흑자전환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당기순이익 1130억 원, 영업이익 1525억 원을 내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다. IFRS17에 맞춰 장기보장성보험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등 체질 개선이 주효했다.
매각가는 2조7000억 원에서 최대 3조 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수준으로 매각에 성공하면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 인수 후 4년 만에 2조 원에 이르는 수익을 거두게 된다.
다만, 덩치가 큰 만큼 인수 후보군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조 원에 이르는 몸값을 지불할 수 있는 인수 후보로는 금융지주사가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신한금융지주가 주목받는다. 신한금융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리팅금융 타이틀을 KB금융에 내줬는데, 보험계열사가 그 격차를 벌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은 각각 5252억 원, 215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KB손해보험의 경우 KB그룹 계열사 중 은행 다음으로 큰 규모의 순익을 내며 KB금융그룹의 리딩금융 수성에 역할을 했다.
신한금융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하고 신한EZ손해보험으로 공식 출범했다. 하지만 흑자 전환에 실패하며 그룹 실적을 깎아내렸다. 지난해 105억 원의 순손실을 낸 신한EZ손보는 올 상반기에도 1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신한금융이 롯데손보를 인수해 손보사 몸집을 불릴 경우 KB와 비은행 계열사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온라인 위주인 신한EZ손보와 오프라인 영업력을 갖춘 롯데손보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는 등 사모펀드와 보험사 M&A를 성공한 경험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5월 1조8400억 원에 인수한 ING생명을 2018년 9월 신한금융지주에 넘겼다. MBK파트너스는 2017년 기업공개를 통해 1조1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회수했고 6000억 원대의 배당을 받아 2조2989억 원의 매각 대금을 투자수익으로 남겼다. JKL파트너스가 주목하는 매각 롤모델도 이 사례로 꼽힌다.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인수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나손해보험을 자회사로 두고 있어 롯데손보 인수에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특히, KDB생명 매각가가 2000억 원 수준인 데 반해 롯데손보 매각가는 3조 원까지 거론되고 있어 격차가 크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회의적인 시각이다. 우리금융은 올해 초 지주 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증권사 인수는 노력하겠으나 보험사 인수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보험사 중에서는 교보생명이 이름을 올렸다. 교보생명은 지난 6월 이사회를 열고 손해보험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앞서 교보생명은 지난해 말 매물로 나온 MG손보 인수에 사모펀드 더시드파트너스의 핵심 출자자로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으나 거래가 무산됐다. 교보생명이 AXA손해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의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롯데손보는 지분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