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계 차기 히트상품은 '무인 체계'…기술 개발·상용화 '박차'


위험 작전에 인력 손실 부담 없이 투입
전장 환경 변화에 무인 체계 수요 증가

방산업계에서 육해공 전 분야에 걸쳐 무인화된 병기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성능개량사업이 한창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의 모습. K9A3부터는 완전 무인화가 이뤄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국내 방산업계에서 육해공 전 분야에 걸쳐 무인화된 병기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전장에서 드론과 UAV 등의 활약이 늘어나고, 고질적인 군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무인 무기체계 시장이 넓어진다는 분석이다

19일 방산업계에서는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한화오션 등 국내 방산업체들이 무인화된 무기 체계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육상 무기 체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세계적인 히트 상품 'K9' 자주포의 성능 개량으로 완전 무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K9 자주포는 K9A1과 K9A2, K9A3 등 총 3단계에 걸쳐 성능 개량 작업을 거치며, 현재는 K9A1 개량이 이뤄지고 있다.

K9A2는 총 5명의 승무원을 3명만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고, K9A3부터는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사격통제와 자주포 운행 등에 완전 무인화를 이뤄낸다는 방침이다.

현대로템도 국방과학연구소 부설 방위산업기술지원센터와 함께 군에서 운용 중인 기동전투체계의 원격·무인 운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현재 군에서 운용 중인 K계열 전차, 장갑차, 자주포 등 기존 기동전투체계를 전장 상황에 따라 원격·무인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현대로템과 국방과학연구소는 무인 기술을 활용해 K1전차의 원격 무인화 적용 기술을 오는 2024년가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무인 전술 차량 개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체 개발한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Arion-SMET)의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미국 해병대 훈련장에서 성능시험을 치른다. 성능시험 결과에 따라 미국 국방부가 획득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다목적 무인차량의 해외시장 진출도 탄력받을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미국 국방부와 해외비교성능시험(FCT)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 초부터 3주간 미국 하와이 오아후 섬 해병대 훈련장에서 아리온스멧에 대한 본시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아리온스멧은 전기충전 방식으로 1회 충전시 100km 이상 주행할 수 있고, 최장 2.2km 이내에서 원격조정을 할 수 있다. 바퀴는 공기압이 없는 '에어리스 타이어'를 채택해 펑크 없이 운행 가능하고 총 4명을 후송할 수 있다.

현대로템이 개발한 'HR-셰르파' 다목적 무인차량은 원격주행·종속주행·경로점 자율주행 능력을 갖추고 △경호경비 △감시정찰 △물자·환자후송 △화력지원 △폭발물 취급·탐지 △특수임무 등 다양한 임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원격주행 기능 덕분에 병사가 직접 탑승하지 않아도 전방 감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고, 라이다 센서와 레이더 센서 등으로 레벨3 자율주행 성능을 구현했다.

공중 부문에서도 무인화가 적극 도입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MUAV 'KUS-FS'를 개발완료했다. KUS-FS는 고성능 감지기를 탑재해 일반 항공기보다 높은 고도에서 실시간으로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전략급 무인기로 분류되는 '스텔스무인기'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개발 중인 수직이착륙 무인기의 모습. /대한항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주관하는 무인기용 항공엔진 국산화 과제에 선정됐다. 무인 전투기 엔진 개발 역량을 확보한 뒤 다양한 형태의 무인기에 엔진을 장착한다는 방침이다.

해상분야에서는 한화오션이 4세대 무인 수상정과 잠수정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한화오션이 개발 중인 무인 수상함과 잠수정은 기존 무인 해상무기보다 덩치를 키운 것이 특징이다. 전투용 무인 잠수정은 50~60톤 크기에 20~30m 수준이며 무인수상정은 100~150톤이다.

이처럼 방산업계가 무인 무기 체계에 공을 들이는 것은 전장 환경에서 무인 무기 체계의 중요성이 커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 중인 우크라이나는 무인기를 활용해 크림반도와 모스크바의 석유 저장시설을 공격했다. 우크라이나는 공군기지, 러시아 흑해함대 등에 대해서도 무인기를 이용해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가 무인기를 활용해 러시아 해군 흑해함대의 기함 '모스크바함'을 격침시키기도 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무인 무기 체계는 큰 피해가 예상되는 임무에 부담없이 투입할 수 있다"면서 "특히 사람이 탑승하면서 하기 힘든 고기동성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탐지하기 어려워 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대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무인 무기 체계에 대한 수요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세계 각국 국방부의 화두는 한정된 병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입하고 활용하느냐로 초점이 맞춰 있다"며 "무인 무기를 활용하면 적은 가용 병력으로 최대 효율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방산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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