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김동철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한국전력의 제22대 수장이 됐다. 한전이 1961년 출범한 이래 역사상 첫 정치인 출신이 한전을 이끌게 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김동철 신임 사장이 경영 정상화와 더불어 한전의 주가 회복을 이뤄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 김동철 신임 사장, 오는 20일 취임 예정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뉴욕 현지에서 김동철 한전 사장 임명안을 재가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대통령 임명을 받음에 따라 임기 3년의 사장 업무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초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한전 임원추천위원회가 면접을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후보를 3~5배수로 추려 전달했다.
이후 한전은 김 전 의원을 차기 사장으로 선임하는 내용의 공문을 산업부에서 공식 접수하고 임시 이사회를 열어 사장 선임의 건을 의결했다. 이를 토대로 18일 임시주주총회흘 개최, 신임 사장 후보로 단수 추천된 김 전 의원 선임안을 상정·의결했다. 남은 절차는 방문규 산업부 장관 후보자의 장관 취임 후 진행될 예정이다. 대통령 일정 등을 고려하면 이르면 오는 20일 취임이 가능할 전망이다.
김 신임 사장은 4선 중진 의원 출신으로 한전 사상 첫 정치인 출신 수장으로 기록됐다. 서울대 법대 출신인 그는 산업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2004년 정계에 입문해 광주 광산구에서 4선을 지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20대 국회에서는 바른미래당과 국민의당에서 원내대표 등을 맡았다.
◆ '원유도 또 오르는데'…한전 총부채 201조 원
김 신임 사장은 송·배전망 확충을 통한 안정적 전력 공급은 물론 한전의 심각한 재무 구조를 정상화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현재 한전은 '부도 위기'에 비유될 정도로 심각한 재무 구조를 안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되지 못해 한전은 2021년 이후에만 47조 원이 넘는 막대한 영업손실을 봤다. 한전 총부채는 약 201조 원에 이른다.
김 신임 사장은 한전에서 앞서 공언했던 2026년까지의 자구안 실행은 물론 비용 추가 절감 노력도 보여줘야 한다. 한전은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 지난 5월 주요 건물 매각, 임직원 임금 반납 등 25조7000억 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책을 발표했다.
다만 시장에서 바라보는 한전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40% 가까이 전기요금을 올렸는데도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다가 소비자에게 되파는 한전의 수익 구조는 정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유 등 국제 에너지 가격도 다시 급등세를 연출하는 추세다.
◆ 경영 정상화까지 구만리…주가 개선도 '글쎄'
전문가들은 한전의 경영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구만리라고 입을 모은다. 경영환경이 안정세에 접어들지 못하면 않으면 주가 역시 불안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19일 오후 1시 기준 한전의 주가는 전 거래일(1만8030원) 대비 0.28%(50원) 오른 1만8080원 수준이다. 불과 4년 전인 3월 8일 3만6000원을 호가했던 것과 견주면 주가는 반토막이 난 상태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은 계절적으로 전력 판매량이 늘어나는 올해 3분기에 영업손익이 흑자를 거둘 것으로 전망하지만, 3분기 흑자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이라며 "오히려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유가 강세가 전력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내년에도 한전이 8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풀이했다.
나 연구원은 "한전은 2021년부터 시작된 적자로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있다"며 "2분기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574%에 이르며 차입금 증가와 금리 상승으로 재무 위험도 커지고 있다"며 "한전이 보유한 상장회사 잠재 물량 부담(오버행) 위험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가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고, LNG 가격도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내년 영업이익 눈높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 존재한다"며 "이에 내년 중 전기요금 추가 인상과 앞서 발표된 자구책 실행 여부 등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 회사채마저 막히면…"압력 가중 전망"
더욱 우려되는 상황은 한전이 내년부터 회사채를 찍어내는 것마저 막혀버리는 것이다. 한전은 11일 3개월 만에 한전채 발행을 재개했다. 한전채 비중은 계속 늘고 있는데,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반공기업 채권 발행에서 한전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1.1%에서 2023년 17.9%까지 증가했다.
안소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내년 차환 발행 수요를 제외하면 한전채 발행 여력은 충분하지 않아 적절한 방안이 나오기 전까지 공사채 전반에 약세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당해연도 한전채 발행한도는 전년 결산기준으로 산출된다"며 "내년 한전채 발행한도는 74조 원으로 추정된다. 내년 차환 발행 수요을 제외한 한전채 추가 발행여력은 15조2000억 원가량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은 연내 남은 기간에도 한전채 순발행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손익개선으로 영업상 부족자금 축소를 예상하는 점은 발행 최소화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