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한림 기자]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향후 5년간 국내외 주식 투자 비중을 매년 12조 원씩 늘린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증권가에 시선이 쏠린다. 미국발 인플레이션 후 침체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국내 증시에 강력한 수급 주체로 떠오르면서 증시 전반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1일 보건복지부 산하 전문가위원회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발표한 연금 개편안을 통해 국내 증시에 드라이브를 준비하고 있다. 개편안은 연금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까지 높이고 연금지급개시연령을 현재 63세에서 68세까지 상향하는 등 연금을 실제로 수령하는 주체에 영향을 미칠만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기금 투자수익률 상향이다. 국민연금은 이번 개편안을 통해 기금 투자를 통한 수익률을 현행 4.5%에서 1.0%포인트 늘린 5.5%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연금 지급 시작 시기를 미루는 대신 이 기간 축적된 자금으로 투자수익률을 높여 연금의 조기 고갈을 막겠다는 복안이다.
시장은 국민연금이 3가지 방안을 모두 실행할 경우, 연금 최대적립액 도달 시점이 2040년에서 42년 늘어난 2082년까지 늦춰질 것으로 본다. 최대적립액 역시 1755조 원에서 약 5배 늘어나 8800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물론 투자수익률이 1.0% 보장돼야 한다는 가정이 필요하나, 시가총액이 높은 우량주 중심의 투자를 이어온 국민연금의 투자 성향상 매년 10조 원이 넘는 금액을 추가로 순매수하면 가능성이 적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증권가도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의미 있게 보고 있다. 국민연금이 기금 투자수익률을 목표치인 1.0%포인트 끌어올리기 위해 기금에 적립하는 형태를 지키면서 전체 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따로 늘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국내 주식 투자금이 늘어난다는 해석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투자수익률 목표치를 높이는 것은 전략적 자산 배분 상 위험자산비율을 높이는 것과 연관된다. 대부분이 해외 주식 위주가 되겠지만 국내 주식도 비중 축소 추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금액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잠정치 기준 143조5000억 원(전체 자산대비 14.6%)이다. 국민연금이 목표한 2028년까지 기금 투자수익률을 끌어올리려면 향후 5년간 60조 원에 가까운 투자 금액을 더해 200조 원까지 투자 규모를 늘려야 한다. 매년 12조 원씩 순매수를 더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투자자들도 국민연금의 추가 투자금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그간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 투자할 때 내재가치가 우량한 종목 위주로 장기투자를 지향해 왔기 때문이다. 투자금을 늘려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개편안을 내놓은 만큼 기존 국민연금 비중이 높은 곳이 수혜를 입을 전망도 나온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가 공개한 지난해 말 기준 자산군 내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20.0%)다. 이 뒤를 △LG에너지솔루션(4.4%) △삼성바이오로직스(3.2%) △SK하이닉스(3.2%) △삼성SDI(2.6%) △LG화학(2.6%) △NAVER(2.0%) △현대차(1.8%) △POSCO홀딩스(1.7%) △셀트리온(1.4%) 순으로 '톱 10'을 형성하고 있다. 셀트리온(16위)을 제외하면 모두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은 점진적인 증시 지수 상승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증시 분위기를 좌우했다는 평가를 받은 개인투자자들의 연평균 순매수 규모가 약 25조 원이다. 이중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 매년 투입되는 셈이다"면서도 "국민연금법이 개정이 요구되기 때문에 국회 상정까진 변수가 남아있다. 다만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국민연금은 현재 자산군 내에서 들고 있는 종목 위주로 투자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