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망 사용료'를 둘러싸고 세기의 소송을 이어온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극적 합의에 성공했다. 양사는 모든 법적 분쟁을 종결하고, 새로운 사업 파트너로서 관계를 재설정한다는 구상이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18일 "앞서 있던 모든 분쟁을 종결하고 미래 지향적 파트너로서 함께 하기로 뜻을 모았다"는 공동 입장을 밝혔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3년 넘게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소송을 벌여왔다. 넷플릭스는 2020년 4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약 1년간 이어진 소송은 2021년 6월 서울중앙지법이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주며 일단락됐지만, 넷플릭스는 곧바로 항소했다. SK브로드밴드 역시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를 결정해달라는 취지의 '부당이득 반환' 반소를 2021년 9월 제기했다.
인터넷제공사업자(ISP)인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자사가 구축·운영하고 있는 인터넷망을 활용해 이익을 보면서도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넷플릭스 콘텐츠를 전송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트래픽이 발생하는 상황인 만큼이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인터넷망 구축과 운영 등은 ISP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자체 개발한 트래픽 분산 시스템인 'OCA'를 활용하는 등 통신망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자체 노력을 해왔다고 반박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통신업계는 양사가 서로 '윈윈'하는 중간 지점을 찾아 합의에 나섰을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국내 IPTV3사 중 유일하게 넷플릭스를 제공하지 못해 상대적인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소송이 장기화되며 누적된 피로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역시 이번 소송 과정에서 '망 이용 대가는 유료'라는 내용의 판결이 나오는 것에 상당히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논란은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전 세계 750여개 통신사를 회원사로 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등에서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뜨거운 감자'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EU 등에서는 CP들에게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도록 명문화하는 법안 개정 역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한국 법원이 2심과 최종심에서도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줄 경우, 망 이용대가 지불이 합법이라는 판례를 남길 것이라는 걱정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극적인 합의에 다다른 넷플릭스와 SK는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날 넷플릭스와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는 서울 종로구 넷플릭스코리아 오피스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스마트폰과 IPTV 서비스(Btv)에서 넷플릭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번들 요금제를 비롯한 다양한 상품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의 구독 상품 T우주에도 넷플릭스 결합 상품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며, 넷플릭스가 최근 출시한 광고형 요금제 관련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러한 요금제는 2024년 상반기부터 순차 출시될 예정이다.
기술 협력도 추진한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지난 수년간 축적해 온 대화형UX, 맞춤형 개인화 가이드 등 인공지능(AI) 기술로 소비자 친화적인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토니 자메츠코프스키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사업개발부문 부사장(VP)은 "한국 유무선 통신과 미래 지향적 기술 업계에서 리더십을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와의 파트너십은 더욱 많은 한국 회원들에게 편리한 시청 환경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향후 공동의 고객을 위해 함께 걸어갈 여정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최환석 SK텔레콤 경영전략담당은 "이번 넷플릭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고객 가치를 최우선하는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철학에서 출발했다. SK텔레콤이 축적한 기술을 접목해 고객들에게 더 나은 미디어 서비스 환경 제공을 위한 대승적 합의의 결과"라며 "앞으로도 국내외 다양한 플레이어와 상호 협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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