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한 '상생금융'…한화생명 '2030 디딤돌저축보험' 외면받는 이유는?


'2030 디딤돌저축보험' 초기 판매량 저조
저축보험 매력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최근 한화생명이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주문에 5년간 확정금리 연 5%의 저축성 보험을 내놓았으나 가입 대상인 청년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최근 한화생명이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주문에 5년간 확정금리 연 5%의 저축성 보험을 내놓은 가운데 가입 대상인 청년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어 그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축보험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와 이미 상품을 출시한 한화생명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21일 '2030 목돈마련 디딤돌저축보험'을 출시했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요청에 따라 은행권이 '청년도약계좌'를 선보인 후 보험업계에서는 최초로 출시한 상생금융 상품이다. 그러나 '2030 목돈마련 디딤돌저축보험'이 정작 가입 대상인 청년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19일 <더팩트> 취재 종합하면 해당 저축보험은 출시 8일 만인 지난달 29일 기준 2500만 원을 넘겼다. 최대 납입 보험료인 75만 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하루 평균 3~4건이 팔린 셈이다. 지난 2021년 삼성생명이 출시한 행복종신보험의 첫날 보험료가 18억 원을 넘긴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치다. 이와 관련 한화생명 관계자는 "디딤돌저축보험의 정확한 매출 수치는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상품은 결혼·출산·경제적 자립을 앞둔 2030세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목돈 마련 목적의 저축보험이다. 만 19세~39세, 총 급여액 7000만 원 이하, 종합소득금액 6000만 원 이하이면 가입 가능하다. 5년간 연 5%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저축보험으로 보험기간 중 결혼하면 0.5%, 자녀 1인 출산 시 0.5%, 추가로 자녀 1인 출산 시 1% 등 최대 2%의 보너스를 지급한다. 한화생명에 따르면 추가 혜택 없이도 매월 75만 원을 납입하면, 만기 환급률은 110%로 최대 5000만 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디딤돌저축보험이 사실상 흥행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청년도약계좌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월 2만~2만4000원의 정부기여금이 제공되고, 이자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적용된다. 가입 후 5년 사이 결혼과 자녀 출산 계획이 없다면 디딤돌 저축보험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 12만5000명이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도약계좌 가입 신청자 중 가입 요건을 충족한 7만6000명은 이달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할 수 있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가입 가능한 청년도약계좌로 수요가 몰리고 있으며 저축보험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팩트 DB

한화생명이 디딤돌저축보험 상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는 해석도 나왔다. 출시 전부터 해당 상품이 고금리 확정형 상품이므로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올해부터 시행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하에서는 저축성 상품이 보험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저축보험 판매에 더욱 소극적일 수 있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게다가 최근 저축보험 상품 자체의 매력이 떨어지는 추세라 '2030 목돈마련 디딤돌저축보험'의 수요가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생보사들이 방카슈랑스 판매로 거둔 '월납 환산 초회 보험료'는 1164억 원으로, 전년 동기(1499억 원) 대비 약 30%가량 감소했다.

월납 환산 초회 보험료는 초회보험료를 월 단위 납입금액으로 환산한 보험료로, 보험사의 신계약 성장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방카슈랑스는 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위탁판매하는 구조다. 은행에서 판매가 이뤄지는 만큼 연금보험 같은 '저축성보험' 판매가 대다수다.

이와 관련해 한화생명은 이달부터 온라인 채널을 통해 활로를 개척할 계획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15일부터 온라인에서도 디딤돌 저축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온라인 다이렉트 채널 출시로 다이렉트 채널로의 가입을 선호하는 2030세대의 많은 유입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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