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이름을 바꾸고, 공석이었던 상근부회장 자리에 김창범 전 주인도네시아대사를 선임하는 등 공식적인 새 출발을 알렸다. 향후 한경협은 '정경유착의 고리'라는 오명을 씻기 위한 작업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경련은 기관명 변경 신청에 대한 주무관청(산업부) 허가가 이뤄짐에 따라 18일부터 한경협으로 기관명이 변경됐다고 밝혔다. 한경협은 1961년 8월 16일 전경련이 최초 설립될 당시 사용했던 이름이다. 단체는 1968년부터 전경련으로 명칭을 바꿔 현재까지 사용해 왔다.
한경협으로 기관명을 바꾼 건 초심으로 돌아가 새 출발하겠다는 의미다. 전경련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정경유착의 핵심 축으로 지목받아 홍역을 치렀다.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 내내 적폐로 낙인찍혀 주요 행사에서 배제되는 이른바 '패싱 굴욕'을 겪기도 했다. 새로운 한경협 체제에서는 '글로벌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변화하는 등 '조직 혁신'에 나설 예정으로, 이를 위해 단체는 지난달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 통합하고, 류진 신임 회장을 선임했다.
한경협이 공식 출범하면서 국정농단 사태 당시 탈퇴한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이 돌아온다. 4대 그룹은 전경련에서 탈퇴했지만, 한경연 회원은 유지해 왔고, 한경협 출범 과정에서 회원 지위 승계에 동의, 복귀하게 됐다.
이날 한경협은 공석이었던 상근부회장 자리도 채웠다. 그동안 거론된 김창범 전 주인도네시아대사를 상근부회장에 선임했다. 김창범 부회장은 1981년 외무부에 입부(제15회 외무고시)한 이래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 주인도네시아대사 등을 역임했다.
한경협은 김창범 부회장 선임 배경에 대해 "오랜 외교관 생활을 토대로 국제 무대에서의 경험과 지식이 탁월하다"며 "류진 회장을 도와 한경협이 글로벌 싱크탱크로 환골탈태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해줄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창범 부회장을 둘러싼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앞서 한경협 살림 전반을 맡게 되는 상근부회장 자리에 기업인이 아닌 외교부 관료 출신이 오르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류진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에는 전부 다 경제계 쪽에서 왔다고 하지만, 보다 다양한 분을 쓴다는 것 역시 그 자체로 큰 변화"라며 "한 번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향후 한경협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끊는 작업에 공을 들일 전망이다. 아직 한경협의 혁신 의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4대 그룹 역시 정경유착 재발 시 즉시 탈퇴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당면 과제는 윤리위원회 조기 안착이다. 한경협의 새 출발을 놓고 제기되는 여러 의심을 지우려면 앞으로 정경유착 차단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윤리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경협은 조만간 윤리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외부 인사인 위원들은 이미 정해졌고, 발표만 남겨두고 있다. 류진 회장은 "그 누가 보더라도 윤리위원회는 진짜 잘 됐구나 (생각이 들도록) 구성하려고 한다"며 "발표 후 (위원 명단을 보면) 아마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경협은 조만간 신규 회원사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경협은 쿠팡, 네이버, 카카오, 우아한형제들, 하이브 등 IT·엔터 기업들에 회원사 가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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