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한화오션 '최강 잠수함' 비결은 R&D…"세계 최고수준 설비 구축"


시흥 R&D 캠퍼스에 국내 유일 음향수조·LBTS 보유
세계 최대규모 공동수조·예인수조도 구축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한화오션 중앙연구소 시흥 R&D캠퍼스의 전경. /한화오션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지난 2004년. 세계 최대 국제 해군 훈련인 림팩(RIMPAC)에서 한국 해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잠수함 운용능력을 보여줬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만든 장보고함(SS 061)은 가상 적군이었던 미국 해군의 존 C. 스테니스(CVN-74) 항공모함과 2척의 이지스함, 구축함 등에 대해 무려 40여 회의 가상 어뢰 공격을 성공시켰다. 가상 적군 수상함 총 15척 모두 최소 1회 이상 어뢰 공격을 맞았으며, 훈련이 끝날 때까지 세계 최강 해군인 미군조차도 한국 해군의 잠수함을 찾지 못했다.

한화오션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은밀한 잠수함을 만든 비결에 대해 '연구개발'(R&D)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음파로 탐지하는 잠수함의 특성을 고려해 국내 조선소 중 유일하게 수중에서 소리의 영향을 파악하는 '음향수조'를 구축했으며, 프로펠러 등에서 발생하는 공동(空洞)현상으로 인한 소리를 연구하려고 세계 최대 수준의 '공동수조'도 마련했다.

선박 추진시스템을 육상에서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 시험설비 'LBTS'를 국내 조선업계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으며 미래 디지털 선박 기술을 선도하는 관제센터와 자율운항 기술개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더팩트>는 15일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시흥 R&D캠퍼스를 방문하고, 한화오션의 수상함과 수중함 기술 연구 노하우를 확인해봤다.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시흥 R&D캠퍼스 내 위치한 음향수조의 모습. /한화오션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은 1982년 최초 설립됐으며, 시흥 R&D캠퍼스는 지난 2018년 12월 건립됐다. 시흥 R&D캠퍼스는 크게 친환경 기술 연구, 스마트십 연구, 함정연구 세 가지 축으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 최고 수준, 최대 크기, 최신 기술이 적용된 연구개발 장치와 수조를 보유해 국내 조선·해양·방산 분야 연구개발의 선도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한화오션은 설명했다.

설비들은 중앙연구원을 중심으로 △음향수조 △예인수조 △공동수조 △LBTS △HS4, 자율운항 육상관제센터 등이 부지 내에 펼쳐져 있다.

음향수조는 국내 조선업계 유일한 설비로, 잠수함의 음향학적 특성을 확인하고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수중에서는 빛과 전자파가 멀리 도달하지 못해 소리(음파)를 활용해 위치 등을 탐지, 식별한다. 즉, 잠수함이 조용할수록 적은 탐지하기 어렵고, 은밀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 더 강력한 전략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음향수조는 총 25m, 폭 15m, 깊이는 10m 규모로 구축됐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 수영장이나 대형 수족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내부 모습과 소재는 독특한 형태를 띄고 있다. 기본적으로 벽 두께를 1m로 매우 두껍게 설치했으며, 벽 중간에 공기층을 넣고 방음·방진 설계를 적용해 외부의 소음과 진동을 차단한다. 또 내부 벽은 반듯한 직사각형 형태가 아니라 살짝 비튼 형태, 바닥도 경사진 모습으로 설계됐는데, 반듯한 형상일 경우 음파가 계속 반사해 정확한 측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음향수조에서의 실험은 수상함 모형이 프로펠러를 돌리거나 기포를 발생시킨 뒤, 대형 레일전차에 탑재된 센서를 수중 원하는 위치로 내려보내 XYZ 3축으로 음파를 확인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를 통해, 수상함과 잠수함의 자체소음과 방사소음(기계가 내부에서 움직이며 나오는 소리)을 줄이는 방안을 연구한다. 특히 유체소음(배관을 타고 기름이나 물이 흐르는 소리)을 잡는 것이 중요한데, 스폰지 등 차음재를 넣어 소음을 전파하지 않도록 하는 흡차음재를 주로 개발해 적용한다고 귀띔해줬다.

자체소음 분야는 상대의 소나(SONAR, 음파탐지기)에 탐지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을 연구하고 있다. 소나는 음파를 수중에서 쏘고, 잠수함이 맞아 반사되는 것을 확인해 탐지한다. 수상함이나 잠수함 모두 일반적으로 세로로 긴 형상을 가지고 있는데, 맞는 부위에 따라 반사돼 돌아가는 소리가 조금씩 다르다. 이를 확인하고 데이터를 축적, 최소화하는 것들을 연구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소음을 줄이는 방안으로 공기 분사 시스템을 활용한 '음향학적 스텔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공기 방울이 함정을 감싸고 돌고 있으면 소나에 되돌아오는 음파의 표적감도가 현저히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레이더의 전파를 흡수하거나 산란시키는 스텔스 기술처럼, 방사 소음을 공기로 가려 탐지를 회피하는 원리다.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시흥 R&D캠퍼스 내에 위치한 공동수조에서 공동(空洞)현상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프로펠러 뒤로 순간 압력차로 인해 액체가 기화되며 원형의 기포가 발생하는데, 이는 선박의 소음과 진동을 유발한다. /한화오션

소음 연구 관련해 한화오션은 공동수조도 함께 사용한다. 공동수조는 선박의 공동 현상을 확인하는 시험 설비다. 물속에서 압력이 급격히 변동하면 물이 기체 상태로 변하고, 기포가 발생한다. 이때 강한 소음과 진동을 일으키는데, 선박이 속도를 내려고 프로펠러를 빠르게 회전시킬수록, 이러한 공동현상은 더 많이 발생한다.

공동수조는 전체 길이 62m, 높이 21m 규모로 설계됐으며 세로로 커다란 각진 도넛 형태로 구축됐다. 최대 출력 4.5MW의 모터를 장착, 총 3600톤의 물을 순환시켜 최대 15m/s까지 유속을 낸다. 공동수조를 활용한 연구는 모형수상함과 프로펠러를 설치하고, 초고속카메라를 활용해 프로펠러 주변과 수상함 하저부분에 공동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것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수상함과 잠수함처럼 군사 작전에 투입되는 함정 뿐만 아니라 대형 상선에도 해당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대형 상선의 프로펠러 소음이 바다 속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데다, 공동 현상이 선박의 추진력을 떨어뜨림은 물론, 강한 충격으로 인해 프로펠러가 부서지기도 하기에 예방 정비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잠항 능력을 극대화하는 추진 체계 개발을 위해 추진시스템과 관련해서는 LBTS(육상 시험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LBTS는 실제 선박과 함정에 탑재되는 추진시스템을 그대로 본떠 성능을 육상에서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 일종의 모사 장비다.

한화오션의 LBTS는 친환경 연료를 활용해 상용급 연료전지와 리튬이온배터리, 신개념 배터리, 축발전기(SGM), 암모니아 추진 등 탈탄소를 위한 친환경연료 기술을 시험한다. 여기에 잠항 기간을 늘리는 공기불요장치(AIP)를 국산화하고, 이를 새로운 친환경 추진체계와 연계해 적용·발전시키는 작업도 하고 있다.

잠수함의 경우 기존에는 디젤 엔진으로 축전지를 충전하고, 수중에서는 전기를 활용해 구동하는 방식으로 운항된다. 때문에 디젤 엔진을 가동하려면 공기가 필요하기에 수면으로 부상해야 했고, 이때 적에게 노출될 위험이 컸다. 이를 극복하려고 공기 없이도 발전하는 AIP를 탑재해 수중 작전시간을 최대 15일 가량으로 늘렸다. 이는 기존 디젤 잠수함보다 3~4배 늘어난 시간이다.

특히 수소를 활용해 잠항 시간을 늘리는 시스템도 추진 중이다. 수소 생산과 저장, 연료전지 적용을 활용해 마치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수소연료전지차'와 같은 방식으로 수소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 축전지를 활용해 모터로 구동하는 방식을 적용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승조원이 없는 경우 이론상 무제한으로 잠항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3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 전시된 한화오션의 장보고-III 배치-2(Batch-II) 모형 모습. /한화오션

한화오션의 다음 잠수함 개발 스텝도 무인함에 초점이 맞춰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인 UAV, 드론 등이 활약하는 등 전장 환경이 무인 체제로 빠르게 이동한 것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한화오션은 기존 소형화된 드론이나 무인 수상함, 잠수함과 달리 덩치를 키운 무인 무기체계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기존 소형 무인기나 무인함이 작아서 적의 레이더 등에 탐지가 어렵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작은 크기로 인해 무장량이 적다는 단점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한화오션은 4세대용 전투용 무인 잠수정을 개발 중에 있다. 50~60톤 크기에 20~30m 수준으로 설계되며 미국의 오르카사가 설계한 잠수정을 제외하면 가장 큰 축에 속한다. 미국 이외에 전투용 무인 잠수정을 개념설계한 것은 한화오션이 유일하다. 다음달에 개념 설계를 마치고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4세대 전투 무인수상정은 기존 5톤급 소형 수상정이 아니라 100~150톤으로 경비정급으로 덩치를 키울 예정이다. 한화오션 내부에서는 현재 국내에 배치된 PKMM고속정급의 무인수상정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이러한 무인정들을 모두 싣고 움직이는 '무인전력지휘통제함'도 자체 설계를 완료한 상태다. 이를 통해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도 명령을 내리는 '고스트 커멘더'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무인체계와 유인체계의 복합 작전으로 전장에서의 효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강중규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원장이 15일 시흥R&D캠퍼스에서 기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화오션

한화오션은 방산시장 진출에 있어 검증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진원 함정성능연구팀 책임은 "미국 해군이 실패한 함정으로 늘 거론되는 것들이 줌왈트급 구축함과 제너럴포드 항공모함 등인데, 이들의 공통 원인은 검증이 되지 않은 기술에 대해 희망적 낙관론으로 탑재하고 여러 기술문제 내포한 채 개발하고 실증이 없이 탑재했다는데 있다"면서 "방산시장에 완전히 진입하기 위해서는 실증을 통해 탑재하고 신뢰를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중규 중앙연구원 원장은 "2조 원이라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기술개발을 위한 시설투자와 인수합병(M&A)이 시작될 것인데, 친환경과 디지털, 스마트야드와 같은 부문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설비 자동화와 지능화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며 "이러한 투자의 결과물을 내는 산실이 시흥 R&D캠퍼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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