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가 '삼양라면 출시 60주년'을 맞아 마련한 비전선포식에서 삼양식품 오너 3세인 전병우 삼양애니 대표 겸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운영본부장(CSO)이 깜짝 등장했다. 전병우 대표는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의 장남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전 대표는 그룹의 새로운 사업 비전을 직접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본격 승계에 앞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행보라고 입을 모았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익선동 소재 누디트익선에서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념 비전선포식을 열었다. 핵심은 삼양식품그룹에서 삼양라운드스퀘어로 그룹명 변경 공식화를 선포하고 새로운 사업 비전을 공개하는 것이다. 이날 삼양라운드스퀘어는 과학기술 기반의 '푸드케어'(Food Care)와 문화예술 기반의 '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 등 두 축을 중심으로 성장시켜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자세히 보면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연구를 통한 맞춤형 식품 개발 △식물성 단백질 △즐거운 식문화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글로벌 커머스 구축 △탄소 저감 사업 역량 집중 등을 제시했다.
현장에는 △김정수 부회장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이사 △정우종 삼양애니 대표이사 △김홍범 삼양스퀘어랩 연구소장 등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 50여 명이 참석했다. 초청된 취재진 100여 명도 함께했다. 이날 참석자 명단 중에 눈길을 끈 사람은 단연 전병우 대표였다. 전 대표는 1994년생으로 미국 콜롬비아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2019년 삼양식품 해외전략부문 부장으로 입사한 뒤 3세 경영 행보에 첫발을 내디뎠는데 지금까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날 비전선포식에 깜짝 등장하며 취재진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 대표 등장을 두고 전문가들은 경영 승계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기업이 성장하고 다양한 사업 분야로 확장함에 따라 새로운 세대의 경영진이 사업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전 대표의 공식석상 첫 등장은 의미가 있고 경영 승계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3세 이상의 세대는 대체로 좋은 교육을 받았다. 현대의 경영 방법과 전략에 대해 더욱 숙달돼 있다"며 "이러한 지식과 경험이 기업 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첨언했다.
업계 관계자도 "오너 3세가 공식석상에 전면 등장한 것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승계 작업이 가속화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의미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김 부회장의 기조연설에 이어 두 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그룹 내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사업 부문별 전략과 탄소 저감 방안 등을 제시했는데 발표 직후 현장에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전 대표는 "소비자들이 음식을 통해 건강을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푸드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음식이라는 매개체는 건강의 중심에 있다. 푸드케어 개념을 소비자들이 친숙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기업철학이 시작된 곳인 삼양라운드힐을 예방의학의 중심지로 활용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양라운드힐의 초지와 토양의 온실가스 고정효과, 메탄 영양체를 통한 탄소 저감 연구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삼양라운드힐을 통해 올바른 식품 섭취를 통해 우리 몸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시킬 수 있도록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 예방적 해결법을 제시해나갈 것이다"며 "식물성 단백질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고단백 원물인 콩에 대한 기술연구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활용해 대체육쁀만 아니라 단백질을 강화한 라면, 밥, 과자, 두부나 팔라펠처럼 고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단백질 HMR 등 다양한 식품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 외에 한국 음식의 매력을 디지털 콘텐츠와 이커머스의 영향력을 통해 글로벌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와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전 대표는 "영향력 있는 미디어 플랫폼과 K스파이시, 나아가 K브랜드를 아우르는 글로벌 커머스를 구축하고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K푸드가 일상의 도전이자 즐거움이 되는 이터테인먼트를 실현해나갈 방침이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김 부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삼양은 그동안 사회를 더 이로운 쪽으로 만들어 가는 데 에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는 과학과 예술을 융합한 사고를 바탕으로 식품 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울 것이다"고 말했다.